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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에게도 생각이 있나보다 칡 Pueraria lobata (Willd.) Ohwi 전국의 산야에 분포하는 콩과의 갈잎덩굴나무로 10m 이상 줄기를 뻗는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한 뼘 정도의 꽃차례가 나와 아래서 위로 꽃이 핀다. 열매는 길이 4~9cm 의 납작한 콩꼬투리 모양이고 9~10월에 익는다. 칡은 이미 온 나라 산과 들을 덮어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칡의 지나친 번식은 우선 농사 짓는 사람, 삼림을 관리하는 사람, 전신주를 관리하는 사람,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칡 제거에 한 해에 150억 원 정도를 쓰고 있으나 시범사업에 불과하고, 미국 남부에서는 해마다 5억 달러, 즉 6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칡은 쓸모가 참 많았던 고.. 더보기
참나무로 불리는 여섯 형제 상수리나무 Quercus acutissima Carruth.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높이 20m, 지름1m 정도로 자라는 갈잎큰키나무. 잎은 길이 10~20cm의 장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잘고 예리한 톱니가 있다. 4~5월에 수꽃차례는 10cm 정도 늘어지고 암꽃차례는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다. 참나무는 참나무속(Quercus)의 대표적인 12가지 나무 중에 낙엽이 지는 여섯 가지, 즉 떡갈, 신갈, 굴참, 갈참, 졸참나무와 상수리나무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고, 늘푸른잎 나무 여섯 가지는 앞에 개, 참, 붉, 종, 졸 등의 접두어를 붙인 무슨 가시나무로 부른다. 참나무라는 이름에는 진짜 좋은 나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나무가 아무리 좋더라도 쉽게.. 더보기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신갈나무 Quercus mongolica Fisch. ex Ledeb.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며 높이 30m, 지름 1.5m 정도까지 자라는 갈잎큰키나무. 참나무류 중에서 가장 높은 지대까지 자라며, 잎가장자리에 물결모양 톱니가 있다. 4~5월에 잎이 나면서 동시에 꽃이 피고, 도토리는 길이 1.5~2cm 정도다. ‘신갈나무는 잎이 신발 깔창을 닮아서 신갈나무라고 한다면서요?’ 함께 산길을 가던 동생이 신갈나무를 보고서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다. ‘아니 그 무슨 혹세무민하는 소리냐? 신갈나무는 옛날부터 부르던 나무 이름이고, 깔창이 달린 신발은 적어도 20세기 이후의 일일 텐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야 그렇지만 잎 모양이나 크기가 깔창과 비슷해서 이름 외우기는 좋아요.’ 듣고 보니 종종 헷갈리는 .. 더보기
우상복엽대왕 가래나무 가래나무 Juglans mandshurica Maxim. 지리산 이북의 산지 및 계곡에서 15m 정도 자라는 가래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잎차례 길이가 1m에 이르며 길이 15cm 정도의 7~17개의 작은잎으로 이루진다. 5월에 수꽃차례는 한뼘 정도 아래로 늘어지고 암꽃차례는 반뼘 높이로 곧게 선다. 가래는 옛날에 쓰던 커다란 삽이다. 나무로 만든 삽 가장자리에 초승달모양의 쇠붙이를 덧대고 삽날 양쪽에는 밧줄을 매어 세 사람이 밭을 갈거나 흙을 떠내던 상당히 원시적인 농기구다. 삽날 넓이가 요즈음 쓰는 삽과 별 차이가 없으나 가벼운 삽을 만들 기술도 없고 쇠붙이가 귀한 시대에 삽 자체의 무게 때문에 세 사람이 힘을 모아서 쓰던 도구로 보인다. 가래나무의 이름은 이 가래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보편적이다. 길쭉.. 더보기
도깨비와 개암 열매 이야기 개암나무 Corylus heterophylla Fisch. ex Trautv.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서 2~3m 높이로 자라는 자작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3~4월에 2년지 끝에서 노란 수꽃은 아래로 쳐지고 붉은 암꽃은 위로 핀다. 열매는 길이 2.5cm 정도로 종 모양의 포에 싸여있으며 8~9월에 익는다. 옛날에 한 나무꾼 소년이 깊은 산골에서 정신없이 개암을 따다가 날이 저물었다. 어둠 속에서 도깨비들이 나타나 도깨비방망이로 뚝딱뚝딱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파티를 벌이는 걸 보고 몹시 배가고파서 저도 모르게 개암 한 알을 깨물었다. 개암 껍질이 깨지는 ‘딱’소리에 도깨비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자 소년은 도깨비방망이를 주워 와서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 이웃집 욕심쟁이 영감은 소년처럼 하다가 도깨.. 더보기
박쥐나무 꽃 박쥐나무 꽃 무수한 박쥐 나래짓 아래 안타까이 흩어지는 희미한 기억 어머니 아득한 옛날 호롱불 밑에서 파랑새를 꿈꾸며 정성으로 엮었을 노리개 어둡고 깊은 동굴의 시간 시집살이 끝 슬피 흔들리는 저 喪章 2020. 8. 18. 박쥐나무 Alangium platanifolium var. trilobum (Miq.) Ohwi 전국의 산지에서 2~3m 높이로 자라는 박쥐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3~5갈래로 얕게 갈라지는 잎이 박쥐 날개를 닮은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6월 개화. 6장의 하얀 꽃잎이 위로 말리고 노란 수술12개가 늘어진다. 단풍박쥐나무 Alangium platanifolium (Siebold & Zucc.) Harms 박쥐나무에 비해 잎이 3~5갈래로 중간 이상 깊게 갈라진다. 잎의 갈라짐이 연속변이.. 더보기
싸리나무에 큰절 올리는 사연 싸리 Lespedeza bicolor Turcz. 전국의 산지에서 키높이 남짓 자라는 콩과의 갈잎떨기나무.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홍자색의 꽃이 총상꽃차레로 핀다. 이슬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어느 여름날 활짝 핀 싸리꽃 무리를 만났다.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벌들은 윙윙거리며 꿀을 모으기에 바쁜데 초록 잎사귀들 사이에 점점이 수놓인 붉은 꽃들은 어느 옛날의 원피스 무늬 같았다. 나도 모르게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을 흥얼거리며 추억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 아버지는 내게 싸리둥주리를 만들어주셨다. 내 손에 맞는 작은 낫으로 소꼴을 베어 둥주리에 가득 채워 돌아갈 때는 나도 드디어 밥값할 나이가 되었구나하는 뿌듯함으로 으쓱거렸다. 그리고 한두 살을 더 먹으면서 좀 더 난.. 더보기
나의 인생수업 진달래꽃 진달래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진달래과의 갈잎떨기나무로 2~3m 정도 자란다.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가지 끝에 1~5개씩 깔때기 모양의 꽃이 달린다.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 잎 뒷면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로 세분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고등학교 1학년 봄의 국어시간이었다. 당시 국어교과서 첫머리에는 우리의 명시(名詩) 십 수 편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윤사월, 나그네, 승무, 진달래꽃, 님의 침묵, 깃발, 청포도, 광야 등등의 시 구절은 지금도 중얼거리고 있다. 이런 명시들의 주옥같은 구절구절을 청춘에 접어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맛보게 해 주시려는 국어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가 너무 좋았다. 그때 국어를 가르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