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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낯선 식물 족제비싸리 족제비싸리 Amorpha fruticosa L. 숲 가장자리나 길가에서 키 높이 남짓 자라는 콩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한 뼘 정도되는 이삭모양꽃차레에 짙은 자주색 꽃이 핀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사방용으로 도입된 이래 전국에 야화되었다. 족제비싸리를 처음 만난 건 차를 몰고 가던 길가였다. 거무튀튀하게 익은 무슨 이삭인가 했더니 꽃인 걸 알고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꽃 중에 그렇게 짙은 색의 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식물은 피폐해진 이 땅의 녹화를 위해서 모셔온 용병식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외국에서 들여온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사방오리와 함께 족제비싸리는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와 산사태방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용병들은 모두 황무지.. 더보기
주경야독의 불을 밝혔던 쉬나무 쉬나무 Tetradium daniellii [benn.] T, G. Hartley 낮고 건조한 산지나 민가 주변에서 7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운향과의 낙엽 소교목. 암수한그루, 드물게 암수딴그루로 7~8월에 지름 10cm 정도의 편평꽃차례로 꽃이 핀다. 검고 윤이 나는 종자는 38%가 기름 성분이어서 등유나 머릿기름을 짜냈다.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이사를 갈 때 두 가지 나무 씨앗을 챙겨갔다고 한다. 바로 쉬나무와 회화나무의 종자였다. 쉬나무는 씨에서 등불을 켜는 기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주경야독에 요긴한 나무였고, 회화나무는 수형이 장쾌하고 품위가 있어서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쉬나무는 드물지도 흔하지도 않고 그 모양도 수수한 나무다. 무심코 보면 흰 꽃이 피는 비슷비슷한 나무들 .. 더보기
가깝고도 먼 나무 회양목 회양목 Buxus microphylla Siebold & Zucc. 남해의 도서지역이나 내륙의 석회암지대에 분포하는 늘푸른떨기나무다. 보통 2~4m 높이로 자라며 잎이 가죽질이고 겨울에 누렇게 변한다. 3~4월에 잎겨드랑이에 자잘한 연한 황색 꽃이 모여 핀다. 회양목에는 네 가지 특별함이 있다. 몇몇 변종과 원예종이 있지만 회양목과 회양목속의 1과 1속 1종인 3대 독자다. 그리고 중부 내륙지역에서 상록으로 겨울을 나는 몇 안 되는 활엽수 중의 하나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성장이 더디고 단단한 나무라고 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까마득히 먼 곳에 있는 특별함이 있다. 회양목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약간 누렇게 마른 듯한 모습으로 월동을 하기 때문에 황양목(.. 더보기
배반의 이름 좀목형 좀목형 Vitex negundo var. incisa (Lam.) C.B.Clarke 마편초과의 갈잎떨기나무로 경기도와 영남 등 일부 지역에 분포한다. 숲 가장자리, 바위지대, 하천가 등지에서 1~3m 정도 높이로 자란다. 6~8월에 가지 끝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원뿔모양꽃차례로 꽃이 핀다. 좀목형은 마편초과 순비기나무속의 작은 나무다. 모두 귀에 익지 않은 식물이름들이어서 족보를 먼저 훑어보았다. 마편초는 국내에는 드물지만 유럽에서는 약용식물로 꽤 대접받았던 듯하다. 중세 유럽에서는 사랑의 미약에 마편초를 넣었다는 기록이 있고, 어린이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면 행동이 활발해지고 호기심이 많아진다고 믿었다. 순비기나무는 제주도 사람들이 불로초로 알고 새순을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의 문인 임제.. 더보기
가죽나무와 참죽나무 가죽나무 Ailanthus altissima (Mill.) Swingle 마을 주변이나 산언저리에서 25m 높이까지 자라는 소태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가지 끝에서 나온 원뿔모양꽃차례에 연노랑색 꽃이 핀다. 가죽나무와 참죽나무는 모양이 아주 비슷하면서도 집안은 다른 나무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에 속하고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로 분류된다. 이들 나무는 전체 모습과 잎 모양이 닮았고 꽃차례와 개화시기도 비슷하다. 한걸음 다가서면 가죽은 수피가 잔잔하고 참죽은 거칠게 갈라지는 차이가 보인다. 가죽나무의 꽃은 연한 노란색이고 참죽나무 꽃은 전체적으로 흰색에 녹색이 돈다. 이들 나무에서 가장 많이 닮았으면서도 분명한 차이를 찾아야 할 곳은 바로 잎이다. 가죽나무의 잎 하단에 쥐젖꼭지 같은.. 더보기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서 모감주나무 Koelreuteria paniculata Laxmann 중부 이남에 분포하는 갈잎떨기나무로 3~6m 정도 자란다. 6~7월에 새가지 끝에서 길이 30~40cm의 꽃차례로 꽃이 핀다. 풍선모양의 열매 속에 지름7mm 정도의 까만 씨앗이 들어있다. 신록의 계절에 피는 나무 꽃들은 열에 아홉이 흰색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곤충들에게도 녹색 잎에는 흰 꽃이 눈에 잘 띄는 모양이다.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여름의 초입에 모감주나무는 노란색 꽃을 피운다. 이 나무는 이제 벌들도 흰색 꽃에 식상할 때가 된 걸 눈치 챈 듯하다.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는 밝은 분홍색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다른 꽃나무들도 짙어진 녹음에 걸맞은 제 각각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모감주 꽃이 절정일 때는 신라시대의 찬란한.. 더보기
피나무의 수난시대 피나무 Tilia amurensis Rupr.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갈잎큰키나무로 높이 25m, 지름 1m 정도 자란다. 6~7월에 잎겨드랑이에서 5cm 정도의 포와 함께 3~20개의 꽃이 달린다. 1980년대 중반에 동부전선 민통선 부근의 중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전임 중대장이 떠나면서 한 가지 부탁 겸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어느 골짜기에 거대한 피나무를 베어놓았으나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가져오질 못했는데, 적당한 기회에 그걸 운반해 와서 절반만 나눠 달라는 것이었다. 드럼통을 7개 정도 이어놓은 크기로 그 정도면 바둑판 열 개가 넉넉히 나온다고 했다. 우선 정찰을 나가봤더니 깊고 가파른 골짜기에 아름드리 피나무가 쓰러져있었다. 그걸 차가 다니는 길까지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30명의 병력이 필요하고.. 더보기
고욤샤베트를 만드는 까닭 고욤나무 Diospyros lotus L. 마을 주변이나 낮은 산에서 자라는 감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높이 5~10m. 암수딴그루로 5~6월에 꽃이 피고 늦가을에 지름1.5cm 정도의 열매가 익는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키워야한다고 배웠다. 감 씨를 그냥 심으면 감이 열려도 아주 자잘한 땡감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접붙이기를 해서 좋은 감을 얻는 원리를 똑 부러지게 설명할 지식은 없지만 고욤나무의 강한 생명력이 어린 감나무를 빠르고 튼튼하게 키워내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학자는 고욤의 ‘고’는 작은 감을 의미하고 ‘욤’은 어미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한국식물생태보감1. 김종원) 감나무의 대리모 구실을 하는 고욤나무 이름에 걸맞은 해석이기는 하나, 기록상의 근거를 제시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