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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나의 인생수업 진달래꽃

진달래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진달래과의 갈잎떨기나무로 2~3m 정도 자란다.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가지 끝에 1~5개씩 깔때기 모양의 꽃이 달린다.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 잎 뒷면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로 세분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고등학교 1학년 봄의 국어시간이었다.

당시 국어교과서 첫머리에는 우리의 명시(名詩) 십 수 편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윤사월,

나그네, 승무, 진달래꽃, 님의 침묵, 깃발, 청포도, 광야 등등의 시 구절은 지금도 중얼거리고 있다.

이런 명시들의 주옥같은 구절구절을 청춘에 접어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맛보게 해 주시려는 국어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가 너무 좋았다.

 

그때 국어를 가르친 분이 지금 한국문단의 거장으로 우뚝 서계시는 조정래 선생이었다.

그해 봄의 수업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었고,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에서 절정을 이루는 시다.

조정래 선생은 교과서 전체 진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 몇 편으로 한 학기를 보낼 정도로

깊이 있고 열정적인 강의를 하셨던 괴짜였다.

 

 

그 시와 수업이 아니었어도 진달래꽃은 이미 내 몸과 영혼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꽃이었다.

어머니는 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쳐주셨던 어느 해 봄을 마지막으로 다시 못 올 길을 떠나셨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핀 산비탈로 무작정 뛰어들어

새콤달콤한 꽃잎을 따먹으며 그리움을 달랬던 그 봄날들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나라 삼천리 방방곡곡에 진달래가 없는 산을 나는 알지 못한다.

백두산 상상봉부터 한라산 꼭대기까지 진달래속(Rhododendron)의 꽃들이 장식하고 있다.

백두산 고산 초원을 아름답게 수놓는 노랑만병초와 담자리참꽃, 좀참꽃들,

그리고 한라산의 참꽃나무와 철쭉까지 모두 진달래의 형제자매들이다.

내륙에는 꼬리진달래나 흰참꽃들이 제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라산의 털진달래)

진달래는 심어 가꾸지 않아도 이 나라 어느 곳에서도 자라고 긴 세월 겨레와 함께한 꽃이다.

고향의 봄노래에 등장하는 아기진달래로부터 민족시인 소월의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까지

이 나라 백성들의 가슴마다 피고 지는 꽃이 진달래만한 꽃이 또 있을까 싶다.

 

법이나 조례로 정한 바는 없지만 나라꽃이라고 하는 무궁화에는 도무지 정이 가질 않는다.

아무래도 내 몸 속의 DNA가 무궁화를 토종 우리 꽃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듯하다.

나라꽃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굳이 정하라면 내 마음의 나라꽃은 단연 진달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