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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하순 고향의 나무와 풀꽃 어떤 꽃벗이 경주 부근의 자기 고향에 좀목형이 흔하다고 해서 찾아갔다. 마침 비가 오는 날이어서 분위기가 차분했다. 꽃차례와 잎이 단정한 아이였다. 낙화의 모습도 온전했다. 음나무 꽃이 한창이다. 시원시원한 잎과 백록색의 꽃차례가 멋지다. 지인들은 모두 엄나무라고 부르는데 국가표준식물명은 음나무다. 꽃이 드문 계절이라 이 나무는 좋은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보슬비 내리는 날씨가 이렇게 평화로운 그림을 선물했다. 옷이 젖을 정도의 비였으나 카메라에는 잘 잡히지 않았다. 그곳의 자주개자리는 유난히 색이 짙었다. 간간이 타래난초가 추임새를 넣고 루드베키어가 장단을 맞춘다. 안개 짙은 산속의 싸리가 볼만하였다. 언덕에 자리잡은 싸리는 이렇게 보인다. 안개가 좋아서 자꾸 찍어대는...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더보기
해사하게 꽃 피는 조팝나무 조팝나무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밭둑이나 길가에 자라는 장미과의 떨기나무. 키 높이 정도로 자라며 4~5월에 자잘한 꽃들이 줄기를 이루며 달린다. 봄이 오는 논두렁 밭두렁에는 진달래나 개나리보다 조팝나무가 썩 어울린다. 조팝나무는 봄바람에 튀밥 같은 꽃가지를 산들산들 흔들며 풍년을 기원해 준다. 해사하게 꽃 핀 이 나무를 보면 일 나가는 농부의 걸음도 가벼워질 것 같다. 짐작건대 조팝나무는 조밥을 닮은 꽃이 피는 나무라는 이름이거나 가을에 익는 자잘한 열매가 조 이삭처럼 노랗게 익어서 붙은 이름이지 싶다. 튀밥과자 막대기 같은 꽃을 조밥에 비유한 건 한동안 의문이었지만 조밥을 먹었던 오랜 기억을 더듬어보니 일리가 있는 비유였다. .. 더보기
가솔송 가솔송 태고 적부터 순결한 땅이 불륜의 씨앗을 잉태할 줄이야 고개를 들어라 네 탓이 아니다 솔 가지를 더 닮은 진달래의 딸 어여쁜 가솔송 가솔송 Phyllodoce caerulea (L.) Bab. 백두산 일대의 해발 2000m 이상 고원에서 자라는 진달래과의 늘푸른떨기나무. 툰드라 초원의 누운 줄기에서 가지가 나와 반 뼘 남짓한 높이로 곧게 선다. 7~8월에 길이 8mm 정도의 단지 모양 꽃이 가지 끝에 2~6개가 달린다. 더보기
7월 중순 강원도에 핀 꽃들 친한 꽃벗이 강원도로 술 마시러 가자고 유혹해서 따라나선 길에... 날씨가 좋아서 꽃들도 생기가 돈다. 솔나리 만난 지가 5년은 넘은 듯해서 반가웠다. 벗들이 열심히 찍으니 나 역시 성의껏... 대흥란도 오랜만에 보고... 참배암차즈기 만났던 것도 10년은 된 듯하다. 큰바늘꽃은 처음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생지가 한 곳밖에 없는 듯하다.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듯해서 역시 성의껏 담았다. 나비의 도움을 받았다. 다음날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우단담배풀 군락 낯선 아이들이라 잠시 키르키즈스탄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확실히 이국적인 식물이다. 경상도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쉬땅나무 어느 시인의 말대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강원도 나들이 끝. 더보기
옻나무에게 치른 호된 신고식 개옻나무 Rhus trichocarpa Miq.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옻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로 7m까지 자란다. 잎은 새깃모양으로 9~17개의 작은잎이 달리며 잎줄기가 붉은색이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줄기 끝에서 원뿔모양꽃차례로 꽃이 핀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옻나무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토끼 덫을 만들려고 산에 가서 나무를 자른 것이 화근이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이라 그것이 옻나무인줄 모르고 위를 쳐다보면서 톱질을 할 때 톱밥이 얼굴에 쏟아졌던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얼굴이 가렵고 붉게 변하면서 열이 나고 부어서 찐빵처럼 부풀었다. 이어서 좁쌀 같은 돌기가 돋아나고 이삼 일이 지나니까 진물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처방대로 쌀뜨물이나 계란.. 더보기
집 둘레에 음나무를 심는 까닭 음나무 Kalopanax septemlobus (Thunb.) Koidz.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두릅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로 25m까지 자란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7~8월에 산방상 취산꽃차례로 꽃이 피는데 가운데 꽃차례에는 양성화, 주변의 꽃차례에는 수꽃이 핀다. 도시에 살 때는 해마다 음나무 새순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순을 따서 택배로 부쳐주었기 때문이다. 고향 동네에서는 거의 모든 집에서 여남은 그루씩 음나무를 심어 기르고 있다. 음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라는 큰키나무지만 집 주변에서는 키 높이 정도로 키운다. 새순을 채취하기 쉽도록 해마다 웃자라는 가지를 잘라주는 까닭이다. 어느 봄날 친구들이 고향 부근에 놀러 왔을 때 마침 음나무 순이 좋게 자라서 내 어림으로는 먹고 남아서 가져.. 더보기
일망무제의 고원에 핀 노랑만병초 노랑만병초 Rhododendron aureum Georgi 설악산 이북의 고산지대에서 30~100cm 높이로 자라는 진달래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잎이 약간 뒤로 말리며 5~6월에 가지 끝에서 나온 꽃차례에 상아색 꽃이 핀다. 중국 땅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서, 남, 북의 세 방향에서 나 있다. 이 길들은 각 방위에 언덕이나 능선을 뜻하는 파(坡)를 붙여 서파, 남파, 북파라고 부르며, 동쪽에서 오르는 길은 중국식으로 말하면 동파겠지만 지금은 갈 수 없는 우리 땅이다. 남파는 압록강 상류를 끼고 오르는 백두산의 남쪽 비탈인데 접근성이 좋지 않은 까닭에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 북파나 서파보다 오롯이 백두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남백두 정상부의 눈이 거의 녹을 무렵 그곳에서 일출을 맞을 기회가 있었다. 남.. 더보기
碑木의 그늘에 가려진 비목나무 비목나무 Lindera erythrocarpa Makino 주로 남부지방의 산지에서 6~10m 정도로 자라는 녹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암수딴그루로 4~5월에 새가지 밑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황색 꽃이 모여 핀다. 열매는 지름 7mm 정도의 구형으로 9~10월에 붉게 익는다. 충무공(忠武公)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오백년 역사에서 충무공 시호를 받았던 남이, 정충신, 김시민 등 다른 훌륭한 여덟 분의 장군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또 이순신(李舜臣)장군 휘하 장수였던 이순신(李純信)장군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동명이인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너무 걸출하면 다른 사람이 기억되지 못하듯이, 가곡 ‘비목’을 부르는 사람은 많아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