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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울창한 숲의 거목들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신갈나무    Quercus mongolica Fisch. ex Ledeb.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며 높이 30m, 지름 1.5m 정도까지 자라는 갈잎큰키나무.

참나무류 중에서 가장 높은 지대까지 자라며, 잎가장자리에 물결모양 톱니가 있다.

4~5월에 잎이 나면서 동시에 꽃이 피고, 도토리는 길이 1.5~2cm 정도다.

 

 

 

 

신갈나무는 잎이 신발 깔창을 닮아서 신갈나무라고 한다면서요?’

함께 산길을 가던 동생이 신갈나무를 보고서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다.

아니 그 무슨 혹세무민하는 소리냐? 신갈나무는 옛날부터 부르던 나무 이름이고,

깔창이 달린 신발은 적어도 20세기 이후의 일일 텐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야 그렇지만 잎 모양이나 크기가 깔창과 비슷해서 이름 외우기는 좋아요.’

 

듣고 보니 종종 헷갈리는 참나무 여섯 가지 중에 신갈나무를 알아보기에 딱 좋은 비유였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이 신었던 짚신을 생각하면 그럴 개연성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짚신은 바닥이 매끄럽지 않아서 신갈나무 잎 몇 장만 깔면 한결 발이 편했을 것 같고,

바닥이 닳아 구멍이 났을 때도 이 잎을 깔고 며칠은 더 신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신갈나무)

나의 할머니도 집 주변에서는 짚신을 신다가 마실 나갈 때에만 하얀 고무신을 신었다.

동네 사람들 고무신이 모두 같아서 신발 코에 저마다의 표식을 해 놓았던 기억이 난다.

철이 없었던 그 시절에는 어서 고무신이 닳아서 엿과 바꿔먹었으면 좋겠는데

어른들은 왜 그리 고무신을 아끼면서 짚신만 신고 다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잎 모양이 신갈나무와 비슷하고 크기는 두 배가 넘는 떡갈나무는

어른 얼굴을 완전히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구별하기가 쉽다.

떡갈나무는 옛날에 떡을 찔 때 잎을 시루 밑에 깔거나 떡 사이에 넣어서

떡이 서로 붙지 않고 좋은 향기를 배게 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요즘 떡갈나무 잎은 냉장고에 배인 냄새를 없애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꽃 필 무렵의 떡갈나무)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나 전쟁을 치렀던 사람들은 신갈나무나 떡갈나무에 나름 감회가 있을 것이다.

이 나무들은 어디에나 흔하고 잎이 넓어서 신속하게 위장(僞裝)을 하는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6.25전쟁 때의 기록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대부분 신갈나무나 떡갈나무 잎으로 위장을 하고 전투에 참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나무들이 몸을 가려준 덕분에 귀한 목숨을 건진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정말 고마운 것은 이 나무들처럼 필요할 때 가까이 있는 것들이다.

 

2020. 8. 25.

 

 

 

떡갈나무     Quercus dentata Thunb.

 

주로 해발고도가 낮은 산지에 분포하며 높이 20m, 지름 70c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폭 15cm, 길이 30cm 정도까지 자라고 뒷면에 회갈색의 털이 밀생한다.

4~5월에 잎이 나올 때 꽃이 피며, 도토리를 둘러싼 포가 털목도리처럼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