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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둥이 꼬마 진달래 좀참꽃 좀참꽃 Rhododendron redowskianum Maxim. 백두산 일대의 높은 산지에서 한 뼘 높이로 자라는 진달래과의 떨기나무. 잎은 상록성이거나 반상록성이고 잎은 거꿀달걀모양으로 끝이 둥글다. 6~7월에 줄기 끝에 지름 2cm 정도의 꽃이 한 개씩 달린다. 2020년에는 9월 초에 백두산 천지 주변에 첫눈이 내렸다. 해마다 9월 중순 무렵에 첫눈이 내리는데 비해 보름 정도 빨랐다고 한다. 초순이나 중순이나 우리가 사는 땅에서는 미처 더위가 물러가지 않은 계절인데 먼 나라도 아닌 같은 한반도에서 그렇게 겨울이 빨리 오는 것이 놀랍다. 첫눈부터 눈이 녹을 때까지를 겨울로 치면 그곳의 겨울은 아홉 달이나 되는 셈이다. 백두산 천지를 덮은 얼음은 6월 중순이 넘어야 풀린다. 그때부터 고산화원의 봄이 .. 더보기
백당나무와 접시꽃나무 백당나무 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 전국의 산지에서 2~4m 높이로 자라는 산분꽃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10cm 정도의 편평꽃차례의 가장자리에 지름 2cm 정도의 장식화가, 가운데에 지름 5mm 정도의 양성화가 핀다. 백당나무는 그리 흔한 나무가 아니어서 만남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자료상으로는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고 나와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중부 이북, 그 중에서도 강원도의 깊은 산지에서 드문드문 마주친 적이 있을 뿐이었다. 군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백당나무를 보면 ‘일당백’(一當百)이란 구호가 먼저 떠오른다.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물리칠 만큼 용감하라’며 부대에서 자주 쓰던 구호였기 때문이다. 내 생각.. 더보기
한여름 밤의 행복 관솔불 소나무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전국에 분포하는 늘푸른큰키나무. 높이 30m, 지름 1.5m 정도까지 자란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수구화수는 새가지 끝에, 암구화수는 그 위에 달린다. 수형에 따라 곧은 수형을 금강송, 넓게 퍼진 수형은 반송, 가지가 처진 모양은 처진소나무로 세분하기도 하나 모두 소나무의 품종이나 개체변이로 본다. 소나무는 옛 사람들의 삶을 꾸려가는 데에 가장 많이 베푼 나무다.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큰 쓰임은 집을 짓는 최고의 목재였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대궐로부터 백성들의 초가집까지 대부분 소나무로 지어졌다. 음식을 장만하고 방을 덥히는 데에도 가장 많이 쓰였던 땔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면의 보금자리인 관(棺)이 되어 .. 더보기
천성산의 전설과 주걱댕강나무 주걱댕강나무 Abelia spathulata Siebold & Zucc. 경남 양산 천성산의 산지 사면에서 2~3m 높이로 자라는 린네풀과의 갈잎떨기나무. 5월에 가지 끝에 길이 3cm 정도의 연한 황색 또는 상아색의 꽃이 2개씩 달린다. 주걱댕강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경남의 천성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다. 같은 속의 댕강나무나 털댕강나무 역시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흔치 않은 나무지만 주걱댕강나무는 그 나무들보다 꽃이 크고 우아해서 애호가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는다. 이 나무를 보러 천성산 내원사 계곡으로 들어섰을 때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들어갈수록 계곡이 넓어져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신령하고 청정한 분위기가 더했다. 천성산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니 과연 이런 특별한 나무도 깃들만하.. 더보기
오월의 눈송이 노린재나무 노린재나무 Symplocos chinensis f. pilosa (Nakai) Ohwi 전국의 산지에서 2~5m 높이로 자라는 노린재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길이 4~8cm의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는 자잘한 톱니가 있다. 5월에 원뿔모양꽃차례로 꽃이 피며 열매는 남색으로 익는다. 오월이면 가지마다 눈송이가 소복소복 쌓인 듯 피우는 꽃이 노린재나무다. 꽃술이 풍성하고 꽃잎보다 더 길어서 낱낱의 꽃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빙수기계에서 막 갈아낸 얼음 같기도 해서 팥빙수를 먹고 싶은 충동도 생긴다. 노린재나무보다 한발 앞서 꽃 피는 윤노리나무는 나무와 잎 모양이 아주 비슷하지만 꽃술이 꽃잎보다 짧아서 그러한 유혹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노린재나무는 나무를 태운 재가 노르스름해서 얻은 이름이라는 유래설이 보편적.. 더보기
블루베리의 막내 동생 월귤 월귤 Vaccinium vitis-idaea L. 강원북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한 뼘 남짓 자라는 진달래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잎은 어긋나며 길이 1~2cm의 거꿀달걀모양이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5~7월에 지름 1cm 정도의 꽃 2~8개가 달리고 열매는 지름 8mm 정도다. 인디언들은 수 세기에 걸쳐 자연에서 블루베리를 채취해서 먹었다고 한다. 블루베리가 많이 자라는 미 북동부지역의 인디언들은 별 모양의 블루베리 꽃받침을 보고 '위대한 영혼이 별 모양 베리로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블루베리는 진달래과 월귤(Vaccinium)속의 어떤 열매를 지칭하지만 모양이나 맛이 비슷한 월귤속의 모든 열매를 블루베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지구상에는 월귤속.. 더보기
창호지를 새로 바르며 꾸지나무 Broussonetia papyrifera (L.) L'Hér. ex Vent. 마을 주변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3~12m 높이로 자라는 뽕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잎은 갈라지지 않거나 깊게 갈라지는 등 변이가 심하고 뒷면에 털이 많이 난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암꽃차례는 구형, 수꽃차례는 막대모양으로 달린다. 고향집에 거센 태풍이 밤새 몰아치던 날이 있었다. 큰 바람에 피해를 입을 만한 것들을 갈무리해 놓고도 잠을 설치면서 노심초사했다. 아침에 보니 심각한 피해는 없었으나 창호지가 대부분 떨어져서 펄럭이고 있었다. 밤새 비가 들이치면서 창호지를 붙인 풀을 눅눅하게 하고 바람이 밀어붙인 듯했다. 창호지가 곧 떨어져 나갈 듯 펄럭대는 모습만으로는 귀신이라도 나올 듯했다. 아버지는 어차피 문을 새로.. 더보기
어느 여승을 닮은 백산차 백산차 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 Nakai 개마고원과 백두산 일대에서 무릎 높이 남짓 자라는 진달래과의 늘푸른떨기나무. 잎은 좁은 피침형 또는 장타원형이고 6~7월에 지름 6mm 정도의 꽃이 모여 핀다. 잎의 폭에 따라 왕백산차, 좁은백산차 등으로 구분했으나 근래에 통합되는 추세다. 김일엽(金一葉)은 한 때 조선의 신여성, 여성해방과 자유연애의 아이콘이었다. 그녀는 불처럼 타오르던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자살이냐 타락이냐’의 기로에 선다. 그 갈림길에서 만공스님을 만나 삭발을 한 후 수덕사의 여승이 되어 일생을 마쳤다. 문인이었던 그녀에게 만공스님은 다시는 글을 쓰지 말라는 계(戒)를 내렸다. 그러나 30년 후 일엽은 토해내지 않고는 눈감지 못할 인생고백과 같은 수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