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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백당나무와 접시꽃나무

백당나무     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

 

전국의 산지에서 2~4m 높이로 자라는 산분꽃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10cm 정도의 편평꽃차례의 가장자리에

지름 2cm 정도의 장식화가, 가운데에 지름 5mm 정도의 양성화가 핀다.

 

 

 

 

백당나무는 그리 흔한 나무가 아니어서 만남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자료상으로는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고 나와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중부 이북,

그 중에서도 강원도의 깊은 산지에서 드문드문 마주친 적이 있을 뿐이었다.

군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백당나무를 보면 일당백’(一當百)이란 구호가 먼저 떠오른다.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물리칠 만큼 용감하라며 부대에서 자주 쓰던 구호였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백당나무의 꽃은 백 가지 꽃과 견주어도 당당할 만큼 아름답다.

이 꽃은 작은 접시크기의 둥근 꽃차례를 하얀 나비 같은 장식화가 둘러싼 가운데에

자잘한 진짜 꽃들이 작은 보석들처럼 모여 핀다.

물론 백당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예쁘다는 의미로 지어진 건 아닐 터이다.

 

백당이라는 말이 생소하다보니 저마다 알고 있는 이름의 유래가 구구각색이다.

이를 테면 하얀 꽃이 불당 앞에 피어서 백당(白堂)이 되었을 거라는 분도 있고,

둘레의 하얀 꽃두름이 단을 쌓은 듯한 백단(白壇)이 백당으로 변했으리라는 학자도 있다.

내 생각으로는 흰 백자에 둥글 단을 쓴 백단(白團)이 더 그럴싸한 유래가 아닐까 싶다.

백당나무와 친척뻘 되는 분단나무도 둥근 분첩처럼 생긴 꽃으로 이해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백당나무를 접시꽃나무라고 부른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꽃차례의 크기와 모양이 접시와 비슷해서 그럴듯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 꽃차례를 옆에서 보면 주변을 두르는 장식화들이 가운데의 진짜 꽃들보다

높게 피어있어서 정말 접시 모양에 충실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백당나무와 전체적으로 비슷하나 장식화가 없이 진짜 꽃들만 피는 배암나무가 있다.

배암은 곧 뱀의 다른 말인데 아무래도 배암나무와 뱀을 연관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배암나무는 어쩌면 백당나무 이름의 변음이거나 아류일 거라고 막연하게 짐작할 따름이다.

 

백당나무의 유래설 중에서 불당 앞에 피는 흰꽃이라는 설은 불두화를 일컫는 듯하다.

불두화는 백당나무가 모두 장식화만 핀 자연변이거나 인공적으로 육종한 꽃이라고도 하는데,

이 꽃차례가 부처님의 헤어스타일을 닮았기 때문에 사찰에서 많이 가꾼다고 한다.

 

백당나무를 접시꽃나무라고 부를 때 더 쉽게 공감하면서 친근감이 드는 경우처럼

국명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 북한명을 찾아보면 금방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름이 많다.

우리나라의 식물학자들도 크게 뜻을 모아 이런 개명작업을 해주면 속이 시원하겠다.

 

 

 

 

 

 

 

불두화    Viburnum opulus f. hydrangeoides (Nakai) Hara

 

백당나무의 자연 또는 인공 변이종으로 전체적으로 장식화만 핀다.

꽃차례가 반구형을 이루어 부처님의 머리모양을 닮았다는 이름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공원이나 사찰에 식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