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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

노박덩굴 이름의 유래 노박덩굴 Celastrus orbiculatus Thunb. 다른 나무를 감거나 바위를 타고 10m 이상 줄기를 뻗는 갈잎덩굴나무.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암꽃은 1~4개, 수꽃은 1~7개가 달린다. 열매는 가을에 노랗게 익어 3갈래로 갈라지며 종자는 빨간 가종피에 싸여있다. 노박덩굴은 꽃들이 거의 사라지는 계절에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를 자랑한다. 오래 묵은 덩굴은 높은 나무나 절벽을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화려하게 장식한다. 속명 Celastrus는 고대 그리스어로 늦가을을 의미하는 celas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산천초목이 쓸쓸한 빛으로 퇴색하는 계절에 홀로 돋보이는 이 식물에 걸맞은 이름이다. 노박덩굴의 유래는 아버지가 젊었던 시절에 부르던 이름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여든을 넘기신.. 더보기
시닥나무 산겨릅나무 부게꽃나무 시닥나무 Acer komarovii Pojark. 지리산 이북의 높은 산에서 4~8m 높이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낙엽 소교목.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지름 9mm 정도의 꽃이 피며 수술은 8개이다. 청시닥나무는 잎이 얕게 갈라지며 꽃이 활짝 펴지지 않고 수술이 4개이다. 시닥나무와 산겨릅나무, 그리고 부게꽃나무는 나무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나무들은 모두 높은 산을 찾는 사람들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같은 단풍나무속의 이 세 가지 나무들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자매들 같다. 이들의 꽃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예쁜데 그 중 제일은 아무래도 시닥나무다. 시닥나무의 꽃은 별꽃처럼 V자로 갈라진 꽃잎 다섯 장이 열 갈래로 보이며, 연두색 꽃잎에 노란 꽃밥에다 꽃줄기는 붉어서 색상대비 .. 더보기
쉬땅나무 이름의 유래 쉬땅나무 Sorbaria sorbifolia var. stellipila Maxim. 중부 이북의 숲 가장자리나 계곡에서 키 높이 정도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작은잎 7~11쌍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으로 가장자리에는 겹톱니가 있다. 7~8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7mm 정도의 자잘한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로 핀다. 무더운 여름에 강원도의 산길을 운전하다보면 길 가에 쉬땅나무가 자주 보인다. 봄에도 그 자리에 있었겠지만 하얀 꽃차례를 풍성하게 피워서 눈에 띈 것이리라. 쉬땅나무는 동북아에 주로 분포하고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내려온 북방계식물이다. 그런 까닭에 낙동정맥의 중허리쯤 되는 경북청송지역부터 드물게 보이기 시작해서 북으로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점점 자주 보이다가 인제 쯤 가면 아주 많이.. 더보기
고흐의 그림 같은 서어나무 서어나무 Carpinus laxiflora (Siebold & Zucc.) Blume 중부 이남의 산지에서 15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자작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같은 속의 까치박달이나 소사나무에 비해 잎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게 길다. 4~5월에 수꽃차례는 2년지에서, 암꽃차례는 새 가지에서 아래로 드리운다. 서어나무는 여느 자작나무들이나 참나무들처럼 수수하게 늘어진 꽃을 피운다. 그리고 꽃이 지고나서야 한눈에 알 수 있는 독특한 열매의 모습이 드러난다. 서어나무의 열매는 작은 잎 모양의 과포가 씨앗을 낱낱이 싸서 이삭처럼 달린다. 그 모양은 어릴 적에 메뚜기를 잡아서 풀줄기에 조롱조롱 꿴 모양이나 친구들과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버드나무줄기에 꿴 모양과 같다. 서어나무의 진면목을 본 건 뜻밖에도 단풍나.. 더보기
단단한 나무의 대명사 박달나무 개박달나무 Betula chinensis Maxim. 지리산 이북의 산지에서 5~10m 높이로 자라는 자작나무과의 소교목. 수피가 매끈하며 가로방향의 피목이 있으나 성장하면서 여러 겹으로 벗겨진다. 4~5월에 수꽃차례는 긴 가지에서 늘어지고 암꽃차례는 짧은 가지에서 위를 향한다. 1996년 10월 어느 날 사십대 후반의 박모씨가 시장에서 박달나무 몽둥이를 샀다. 그 몽둥이에 세로로 ‘정의봉’이라고 쓰고는 여든 살의 한 노인을 찾아갔다. 노인은 그 박달 몽둥이에 맞아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고 가해자는 의인으로 칭송 받았다. 그의 마지막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박씨의 범행은 주관적으로는 정당성을 가지나 법질서의 관점에서는 용인될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형량 확정의 취지를 밝혔다. 민족.. 더보기
백리를 간다는 향기는 백리향 Thymus quinquecostatus Celak. 주로 강원, 영남, 제주의 암석지대에서 반뼘 높이로 자라는 꿀풀과의 갈잎떨기나무. 6~8월에 폭 5mm 정도의 연한 분홍색, 또는 흰색의 꽃이 가지 끝에 달린다. 백리향보다 꽃과 잎이 다소 큰 울릉도의 섬백리향은 백리향으로 통합하는 추세다. 백리향은 명산 중에서도 손꼽는 한라산, 설악산, 가야산 등의 높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무리지어 자라는 모양이 예쁘고 향기도 좋아서 정원이나 공원에서 많이 가꾸기도 한다. 꿀풀과의 식물들은 대부분 여러해살이풀인데 비해 백리향만 유일하게 나무로 분류된다. 그러나 말이 나무이지 성장이 축적되지 않는 줄기만 딱딱한 풀꽃에 가깝다. 백리향은 향기가 백리나 간다는 이름인데 상당히 과장된 이름이라고 치더라도 그 .. 더보기
말 어금니를 닮았다는 마가목 마가목 Sorbus commixta Hedl. 중북부 이남의 높은 산지에서 6~12m 높이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 소교목. 작은잎 9~15개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 어긋나며 잎 밑 부분이 비대칭이다. 5~6월에 지름 1cm미만의 작은 꽃들이 모여 피고 열매는 황적색으로 익는다. 마가목은 높은 산의 능선에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간 키의 나무다. 산의 높낮이를 가려서 자리 잡지는 않으나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같은 명산의 두드러진 곳에서 제법 운치를 뽐내며 자라는 걸 종종 만난 적이 있다. 이 나무는 그와 비슷한 모양의 나무가 없어서 한 눈에 알아보기가 쉽다. 봄에 작은 잎들이 새의 깃 모양으로 펼쳐지는데, 여느 새깃모양잎들과는 다르게 작은잎의 밑부분이 좌우가 비대칭인 특징이 있어서 확실하게 정체성을 .. 더보기
착한 덩굴식물 담쟁이덩굴 담쟁이덩굴 Parthenocissus tricuspidata (Siebold & Zucc.) Planch. 바위, 돌담, 나무 등을 타고 10m 이상 줄기를 뻗는 포도과의 갈잎덩굴나무. 짧은 가지의 잎은 보통 세 갈래로 갈라지며 긴 가지의 잎은 작고 갈라지지 않는다. 5~6월에 짧은 가지에서 나온 꽃차례에 지름 2mm 정도의 연한 녹색 꽃이 핀다. 군 복무 시절에 전남 상무대에 있는 군사학교에서 학교장 노릇을 한 적이 있다. 광주나 김해 등 대도시의 확장에 따라 밀려나다시피 한 다섯 개의 전투병과학교를 한적한 지방으로 옮기면서 동시에 건물을 지은 지 20년 쯤 지난 무렵이었다. 여러 학교를 똑 같은 설계로 쌍둥이들처럼 지었는데 그 중 한 학교만 멋지게 보였다. 그 학교는 일찌감치 담쟁이덩굴을 심어서 3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