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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덩굴과 아주 작은 나무

백리를 간다는 향기는

백리향     Thymus quinquecostatus Celak.

 

주로 강원, 영남, 제주의 암석지대에서 반뼘 높이로 자라는 꿀풀과의 갈잎떨기나무.

6~8월에 폭 5mm 정도의 연한 분홍색, 또는 흰색의 꽃이 가지 끝에 달린다.

백리향보다 꽃과 잎이 다소 큰 울릉도의 섬백리향은 백리향으로 통합하는 추세다.

 

 

 

 

백리향은 명산 중에서도 손꼽는 한라산, 설악산, 가야산 등의 높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무리지어 자라는 모양이 예쁘고 향기도 좋아서 정원이나 공원에서 많이 가꾸기도 한다.

꿀풀과의 식물들은 대부분 여러해살이풀인데 비해 백리향만 유일하게 나무로 분류된다.

그러나 말이 나무이지 성장이 축적되지 않는 줄기만 딱딱한 풀꽃에 가깝다.

 

백리향은 향기가 백리나 간다는 이름인데 상당히 과장된 이름이라고 치더라도

그 향기는 여느 허브식물들에 비해서 특별히 진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유럽이나 중국에는 같은 속의 식물 중에 유난히 향기가 짙은 종이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 식물의 속명 Thymus’는 그리스어로 '향기를 뿜다'는 ‘thyein’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신에게 바치는 것이기 때문에 신성하다는 뜻인 ‘thymo’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이 작은 식물이 백리나 가는 향기를 계속 풍긴다면 금방 밑천이 떨어질 것이다.

이런 류의 식물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아무래도 한번 쓰다듬어서

코를 가까이 하거나 손바닥에 묻혀서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하면 아마 그 향기를 손에 간직하고 백리길도 갈 수 있을 듯하다.

 

백리향을 만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관용구가 있다.

항간에 회자되는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출처 불명의 이 말은 아무리 멀어도 찾아가 두주불사하는 주당들이 지어낸 말로 여겨진다.

나 역시 혹세무민하는 말인 줄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말에 썩 공감하는 일인이다.

 

꽃벗들과 온 나라를 누비고 다녔던 날들이 분명 꽃만 보자고 그리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보고 싶은 꽃이 있으면 천리길도 마다 않고 달려갔고 좋은 벗들이 있어 그 길이 멀지 않았다.

게다가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도 있듯이 으레 곁들이는 한잔 술이 우정을 더 숙성시켰다.

나와 같은 꽃쟁이들에게는 화향(花香)도 천리고 주향(酒香)도 천리고,

이 나라 땅이 남북으로 동서로 천리를 넘지 못해 인향(人香) 역시 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