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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북방 높은 산의 나무

시닥나무 산겨릅나무 부게꽃나무

시닥나무     Acer komarovii Pojark.

 

지리산 이북의 높은 산에서 4~8m 높이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낙엽 소교목.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지름 9mm 정도의 꽃이 피며 수술은 8개이다.

청시닥나무는 잎이 얕게 갈라지며 꽃이 활짝 펴지지 않고 수술이 4개이다.

 

 

 

 

시닥나무와 산겨릅나무, 그리고 부게꽃나무는 나무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나무들은 모두 높은 산을 찾는 사람들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같은 단풍나무속의 이 세 가지 나무들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자매들 같다.  

 

(시닥나무의 암꽃(왼쪽)과 수꽃(오른쪽). 박해정 님 사진)

이들의 꽃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예쁜데 그 중 제일은 아무래도 시닥나무다.

시닥나무의 꽃은 별꽃처럼 V자로 갈라진 꽃잎 다섯 장이 열 갈래로 보이며,

연두색 꽃잎에 노란 꽃밥에다 꽃줄기는 붉어서 색상대비 또한 아름답다.

암꽃은 꽃잎과 암술머리가 싱싱한 채로 단풍나무속 특유의 날개 달린 열매가

빨갛게 형성되므로 마치 시계꽃의 축소판을 보는 것처럼 아기자기하다.

시닥나무의 빨간 턱잎은 리본처럼 뒤로 도르르 말려서 예쁜 장식이 된다. 

 

(산겨릅나무의 꽃차례. 인디카 사진)

산겨릅나무의 꽃은 단풍나무붙이의 꽃치고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히어리처럼 생긴 꽃들이 어사화처럼 휘늘어진 꽃차례에 졸망졸망 달린다.

대개 이렇게 늘어지는 꽃차례의 꽃들은 너무 자잘해서 낱꽃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데

산겨릅나무는 꽤 큰 꽃들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달려서 제법 눈 호강이 된다. 

 

부게꽃나무에는 단풍나무 집안의 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양의 꽃이 핀다.

한 뼘 가까이 곧추서는 꽃차례는 꼬리풀이나 귀룽나무의 꽃을 닮았다.

기세 좋게 솟구치는 이 꽃차례는 설악산과 같은 험산 준령의 배경과 썩 어울린다.

꽃이 지고나면 아래쪽에만 열매가 형성되고 위쪽 절반은 생선뼈처럼 앙상해지는데,

아래쪽에는 양성화가 피고 위쪽에는 주로 수꽃만 달리기 때문이다.

 

(설악산의 부게꽃나무. 이시연 님 사진)

이 단풍나무붙이 세 자매의 이름은 유래나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근연관계다보니 지방에 따라 이름이 서로 바뀌거나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시닥나무는 싣나무와 함께 단풍나무붙이를 부르던 옛날 이름으로 여겨진다.

산겨릅나무 이름에 들어간 겨릅은 삼()의 마른 줄기로 속이 비어있고 잘 부러지는데,

이 나무의 줄기가 이런 겨릅의 성질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부게꽃나무의 이름만은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 실마리조차 찾을 수가 없다.

아주 오랫동안 씨름해야할 화두 하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