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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북방 높은 산의 나무

말 어금니를 닮았다는 마가목

마가목          Sorbus commixta Hedl.

 

중북부 이남의 높은 산지에서 6~12m 높이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 소교목.

작은잎 9~15개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 어긋나며 잎 밑 부분이 비대칭이다.

5~6월에 지름 1cm미만의 작은 꽃들이 모여 피고 열매는 황적색으로 익는다.

 

 

 

 

마가목은 높은 산의 능선에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간 키의 나무다.

산의 높낮이를 가려서 자리 잡지는 않으나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같은 명산의

두드러진 곳에서 제법 운치를 뽐내며 자라는 걸 종종 만난 적이 있다.

 

이 나무는 그와 비슷한 모양의 나무가 없어서 한 눈에 알아보기가 쉽다.

봄에 작은 잎들이 새의 깃 모양으로 펼쳐지는데, 여느 새깃모양잎들과는 다르게

작은잎의 밑부분이 좌우가 비대칭인 특징이 있어서 확실하게 정체성을 드러낸다.

오월에는 그 잎들 위에 하얀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마가목만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꽃만큼 풍성한 가을의 열매는 주황색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익는다.

 

 

마가목은 마아목(馬牙木)이 변한 이름으로, 봄에 길게 자라는 겨울눈이

말의 어금니를 닮았다고 하는데 본 적이 없다보니 도무지 상상이 닿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초식동물의 어금니는 맷돌처럼 생겼을 터인데 삐죽한 겨울눈이

그걸 닮았다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에는 궁금증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의 치아에 관한 여러 자료를 읽어본 다음에야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말의 어금니는 늘 풀을 씹는 저작(咀嚼)활동을 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길게 형성되어

잇몸 속에 묻혀 있다가 마모가 될수록 조금씩 밀려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말이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옛사람들은 말의 치아에 대해 잘 알아야만 했다.

 

(마가목의 새싹. 인디카 전향 님 사진)

 

말은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어른 주먹이 들어갈 만한 빈 공간이 있다.

옛 사람들은 이 공간에 재갈을 물려 말에게 신호를 보냄으로써 말을 뜻대로 부릴 수 있었고,

재갈은 어금니 바로 앞에 위치해서 자칫 염증이나 고통을 유발하므로

말의 치아관리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쉽게 만났을 법한 말의 유해에서 그 긴 어금니를 뿌리까지 보았을 수도 있겠다.

 

마가목의 유래가 궁금하다보니 말의 입 속까지 들여다 본 지경이 되었다.

앞으로 써먹을 수 있는 상식 같지는 않으나 식물 공부를 하면서 덤으로

말의 치아 구조와 조종 원리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 것도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꽃벗들과 탐사를 하다가 마가목을 만나면 한 마디 할 수 있는 소득은 챙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