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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말발도리 형제의 이름들 말발도리 Deutzia parviflora Bunge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자라는 수국과의 갈잎떨기나무. 키 높이 정도로 자라며 수피가 얇게 갈라지고 불규칙하게 벗겨진다.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1cm 정도의 꽃이 편평꽃차례로 달린다. 말(馬)은 그리 귀하거나 신기한 동물은 아니다. 그래도 한 가지 특별한 건 발톱이 하나인데 그 발톱 자체가 그대로 발이라는 점이다. 말의 발은 말발이라고 하지 않고 말굽이나 말발굽이라고 한다. 말발굽도 아닌 ‘말발’을 나무이름으로 빌려온 것이 말발도리다. 말발도리는 거무튀튀한 사발 모양의 열매가 말굽을 닮았다는 이름이다. 열매가 말굽 같은 색이 아니고 빨간색이었어도 말발도리가 되었을는지는 의문이다. ‘말발’에 붙은 ‘도리’는 별 뜻이 없어 보이지만 목.. 더보기
싸리나무에 큰절 올리는 사연 싸리 Lespedeza bicolor Turcz. 전국의 산지에서 키높이 남짓 자라는 콩과의 갈잎떨기나무.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홍자색의 꽃이 총상꽃차레로 핀다. 이슬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어느 여름날 활짝 핀 싸리꽃 무리를 만났다.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벌들은 윙윙거리며 꿀을 모으기에 바쁜데 초록 잎사귀들 사이에 점점이 수놓인 붉은 꽃들은 어느 옛날의 원피스 무늬 같았다. 나도 모르게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을 흥얼거리며 추억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 아버지는 내게 싸리둥주리를 만들어주셨다. 내 손에 맞는 작은 낫으로 소꼴을 베어 둥주리에 가득 채워 돌아갈 때는 나도 드디어 밥값할 나이가 되었구나하는 뿌듯함으로 으쓱거렸다. 그리고 한두 살을 더 먹으면서 좀 더 난.. 더보기
나의 인생수업 진달래꽃 진달래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진달래과의 갈잎떨기나무로 2~3m 정도 자란다.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가지 끝에 1~5개씩 깔때기 모양의 꽃이 달린다.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 잎 뒷면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로 세분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고등학교 1학년 봄의 국어시간이었다. 당시 국어교과서 첫머리에는 우리의 명시(名詩) 십 수 편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윤사월, 나그네, 승무, 진달래꽃, 님의 침묵, 깃발, 청포도, 광야 등등의 시 구절은 지금도 중얼거리고 있다. 이런 명시들의 주옥같은 구절구절을 청춘에 접어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맛보게 해 주시려는 국어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가 너무 좋았다. 그때 국어를 가르친.. 더보기
해사하게 꽃 피는 조팝나무 조팝나무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밭둑이나 길가에 자라는 장미과의 떨기나무. 키 높이 정도로 자라며 4~5월에 자잘한 꽃들이 줄기를 이루며 달린다. 봄이 오는 논두렁 밭두렁에는 진달래나 개나리보다 조팝나무가 썩 어울린다. 조팝나무는 봄바람에 튀밥 같은 꽃가지를 산들산들 흔들며 풍년을 기원해 준다. 해사하게 꽃 핀 이 나무를 보면 일 나가는 농부의 걸음도 가벼워질 것 같다. 짐작건대 조팝나무는 조밥을 닮은 꽃이 피는 나무라는 이름이거나 가을에 익는 자잘한 열매가 조 이삭처럼 노랗게 익어서 붙은 이름이지 싶다. 튀밥과자 막대기 같은 꽃을 조밥에 비유한 건 한동안 의문이었지만 조밥을 먹었던 오랜 기억을 더듬어보니 일리가 있는 비유였다. .. 더보기
길가의 낯선 식물 족제비싸리 족제비싸리 Amorpha fruticosa L. 숲 가장자리나 길가에서 키 높이 남짓 자라는 콩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한 뼘 정도되는 이삭모양꽃차레에 짙은 자주색 꽃이 핀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사방용으로 도입된 이래 전국에 야화되었다. 족제비싸리를 처음 만난 건 차를 몰고 가던 길가였다. 거무튀튀하게 익은 무슨 이삭인가 했더니 꽃인 걸 알고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꽃 중에 그렇게 짙은 색의 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식물은 피폐해진 이 땅의 녹화를 위해서 모셔온 용병식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외국에서 들여온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사방오리와 함께 족제비싸리는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와 산사태방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용병들은 모두 황무지.. 더보기
쥐똥나무 울타리를 그리며 쥐똥나무 Ligustrum obtusifolium Siebold & Zucc. 마을 주변이나 낮은 산에 자라는 갈잎떨기나무로 높이는 2~3m 정도다. 5월에 길이 7mm 정도의 꽃이 피고 가을에 쥐똥을 닮은 열매가 익는다. 쥐똥나무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난 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걸음마를 익혀서 마당 밖으로 처음 나갔을 때 쥐똥나무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쥐똥울타리가 밭과 길을 구분해놓은 작은 동네가 세상의 전부였었다. 예닐곱 살 무렵 소를 몰면서 왜 이 나무가 울타리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쥐똥나무들은 가지가 촘촘하게 얽혀서 소나 노루 같은 큰 짐승은 물론이고 염소와 개, 닭들 까지도 함부로 밭에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봄에 나지막한 울타리에 빨래를 널면 자잘한 꽃향.. 더보기
생활속 거리두기의 모범 고광나무 고광나무 Philadelphus tenuifolius Rupr. & Maxim. 숲 가장자리에서 2~3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수국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2.5cm 정도의 꽃이 피고 꽃잎은 4장이다. 오월에 꽃 피는 나무들 열에 아홉은 흰 꽃이 핀다. 층층나무, 말발도리, 이팝나무, 말채나무, 백당나무, 고추나무, 때죽나무, 쪽동백... 이 계절에 흰 꽃이 피는 나무는 열 손가락으로 두 번씩 더 꼽아야 한다. 곤충들의 눈에도 녹색 숲에서는 흰색 꽃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까닭이리라. 고광나무 Philadelphus schrenkii 역시 오월에 하얀 꽃이 피는 나무로, 앞에 열거한 여느 나무들보다 꽃이 커서 진달래꽃 크기만 한데, 넉 장의 꽃잎이 얼핏 보면 나비들이 앉아있는 모습 같.. 더보기
추억을 부르는 이름 올괴불과 길마가지 올괴불나무 Lonicera praeflorens Batalin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서 키높이 남짓 자라는 인동과의 갈잎떨기나무. 3월 초순~중순, 잎이 나기 전에 잎겨드랑이에서 연분홍색의 꽃이 2개씩 달린다. 열매는 지름 7mm 정도의 구형으로 거의 붙어있고 5~6월에 붉게 익는다. 오래 전에 주변에서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