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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가냘픈 소녀의 초상 이스라지 이스라지 Prunus japonica Thub. var. nakaii (H.Lév.) Rehder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서 허리 높이 정도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4~5월에 지름 2cm 정도의 연분홍색이나 흰색의 꽃이 1~4개씩 모여 핀다. 이스라지는 꽃도 아름답지만 이름 역시 그 못지않게 예쁘다. 이스라지라는 이름에는 왠지 아스라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배어있다. 이슬처럼 덧없이 사라지더라도 애오라지 소박한 순정을 품은 이름이다.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이스라지는 작고 가녀린 꽃나무다. 나무라고 불러주기에는 과분할 정도로 여느 풀꽃과 별 차이가 없다. 많이 자라야 어린 아이 키를 넘지 않고 줄기는 손가락 굵기 정도다. 봄볕 따스하게 비치는 숲 가장자리나 산자락 풀밭에서 해맑은 꽃이 진 다음에는 무성한.. 더보기
수처작주의 모범 노간주나무 노간주나무 Juniperus rigida Siebold & Zucc. 건조한 산지나 암석지대에서 최대 10m까지 자라는 측백나무과의 상록소교목. 바늘잎의 길이는 1.2~2cm이고 보통 세 개씩 돌려나며 횡단면이 V자 모양이다. 암수딴그루(드물게 한그루)로 4월에 2년지의 잎겨드랑이에 구화수가 달린다. 내 기억으로는 여덟 살 쯤부터 소를 몰고 다녔다. 어른들이 농사에 바쁠 때 아이가 사람 구실을 하는 건 소를 먹이고 꼴을 베는 일이었는데, 자기 체중의 수십 배나 되는 큰 소를 부릴 수 있었던 건 소의 코를 꿴 고삐를 쥔 때문이었다. 송아지가 어느 정도 자라면 양쪽 콧구멍 사이를 뚫어 코뚜레를 꿰는 대사를 치러야 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성년식을 치르는 것이고 그 때부터 송아지가 아닌 소 대접을 받는다. 코뚜.. 더보기
새색시의 봄나들이 분꽃나무 분꽃나무 Viburnum carlesii Hemsl. 볕이 잘 드는 산지에서 2~3m 높이로 자라는 산분꽃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4~5월에 가지 끝에서 길이 1cm정도의 꽃들이 취산꽃차례로 모여 달린다. 섬과 해안지대의 꽃부리가 짧고 잎이 넓은 생태형을 섬분꽃나무라고도 한다. 사월 중순은 새순이 제법 잎 모양을 갖추는 때다. 숲은 여전히 성긴 그물처럼 볕이 드는 곳이 많아서 노루귀와 현호색이 결실을 준비하고 초록의 새 잎들은 지난해의 낙엽과 퇴색한 풀들을 서서히 점령해가는 시기다. 이즈음에 분꽃나무는 새 잎을 펴고 살짝 분홍빛을 띤 하얀 꽃을 피운다. 분꽃나무의 꽃은 홍조를 띤 해맑은 봄처녀의 얼굴에 비유하고 싶지만 처녀라고하기에는 은은하면서도 짙은 분 향기 때문에 새색시라고나 해야겠다. ‘화장한다’ 대.. 더보기
붉나무에 대한 편견과 오해 붉나무 Rhus javanica L.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5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옻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7~13개의 작은잎이 달린 깃꼴겹잎이고 중심축에 날개가 발달한다. 암수딴그루로 8~9월에 원뿔모양꽃차례에 자잘한 꽃들이 달린다. 어릴 적에 붉나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 트라우마로 수십 년을 거북하게 지냈다. 나무 이름도 모르던 시절에 잎에 복주머니처럼 달린 것이 궁금해서 속을 갈라 봤더니 수천 마리의 까만 벌레들이 기어 나와서 기겁을 했던 것이 붉나무와의 첫 만남이었다. 게다가 동네 형이 옻나무라고 잘못 알려줘서 더욱 붉나무를 멀리하게 되었다. 정말 붉나무가 무서워 진 까닭은 한센병 환자들 때문이었다.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그들은 무리지어 유랑걸식하던 ‘문둥이’라고 불렸고, 아이들을.. 더보기
길가의 신발장수 신나무 신나무 Acer tataricum L. subsp. ginnala (Maxim.) Wesm. 낮은 산지에서 5~8m 높이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갈잎 소교목. 수꽃양성화한그루로 5~6월에 수꽃과 양성화가 섞여서 꽃이 핀다. 열매는 길이 2.5cm 정도의 날개 2개가 좁은 각도로 달려있다. 나무 이름을 거의 모르던 시절 벗들과 산행을 하다가 신나무를 처음 만났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한 이 나무를 그 때 처음 만났을 리야 없겠지만 이름을 모르고 눈에 스친 것만으로는 만남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를 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가 참 대단해 보였다. 친구는 나뭇가지에 달랑 남은 종자 하나로 신나무임을 알았다고 했다. 씨앗이 신발 한 켤레를 닮아서 겨울에 다른 나무는 몰라도 신나무는.. 더보기
자주 만나서 정이 가는 고추나무 고추나무 Staphylea bumalda DC.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2~3m 높이로 자라는 고추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5월에 길이 7mm 정도의 꽃들이 가지 끝에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너비 2cm 정도의 반바지 모양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의 들머리에는 등산용품이나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만약 그런 가게들이 없다면 그 자리에는 고추나무들이 늘어서서 산행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산의 가장자리에는 고추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고추나무는 떨기나무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큰키나무들의 그늘에서는 살기 힘들고 그런대로 볕을 받을 수 있는 숲 초입이나 가장자리에 터를 잡고 자라는 나무기 때문이다. 고추나무의 이름은 야채로 먹는 고추를.. 더보기
복사꽃 복사나무 Prunus persica (L.) Stokes 고대에 중국에서 들여와 재배하다가 오랜 세월에 걸쳐 야화되었다. 마을 주변의 산지나 계곡부에서 3~8m 높이로 자라는 갈잎떨기나무. 3~4월 잎이 나기 전에 지름 3cm 정도의 분홍색 꽃이 달린다. 복사꽃 인적 없는 산골 오래된 집터 무너진 담장 옆 복사꽃 피었다 저만치 우물터엔 살구꽃 피었고 건너 편 산자락에 새 소리 외롭다 아이들 재잘대던 골목길은 어디에 우물가 아낙들은 어느 산에 잠잘까 복사꽃 어룽어룽 눈물이 난다 더보기
옛날 국수가 생각나는 국수나무 국수나무 Stephanandra incisa (Thunb.) Zabel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1~2m 높이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5mm 정도의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로 핀다. 국수나무는 산과 동네의 경계나 산길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다. 사람 키 높이 정도로 자라므로 길 가다가 스치기도 해서 더욱 친근하다. 꽃잎은 희지만 꽃이 자잘하고 꽃밥이 노랑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므로 몇 걸음 떨어져서 보면 누런 삼베나 보리밥처럼 구수한 느낌이 든다. 이 꽃은 나태주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국수나무는 키가 작아서 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숲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운 나쁘게 큰키나무 숲 가운데에 떨어진 씨앗은 어려운 환경에서 지혜롭게 산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