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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말발도리 형제의 이름들

말발도리   Deutzia parviflora Bunge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자라는 수국과의 갈잎떨기나무.

키 높이 정도로 자라며 수피가 얇게 갈라지고 불규칙하게 벗겨진다.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1cm 정도의 꽃이 편평꽃차례로 달린다.

 

 

 

()은 그리 귀하거나 신기한 동물은 아니다.

그래도 한 가지 특별한 건 발톱이 하나인데 그 발톱 자체가 그대로 발이라는 점이다.

말의 발은 말발이라고 하지 않고 말굽이나 말발굽이라고 한다.

말발굽도 아닌 말발을 나무이름으로 빌려온 것이 말발도리다.

 

(말굽을 닮은 말발도리의 열매)

말발도리는 거무튀튀한 사발 모양의 열매가 말굽을 닮았다는 이름이다.

열매가 말굽 같은 색이 아니고 빨간색이었어도 말발도리가 되었을는지는 의문이다.

말발에 붙은 도리는 별 뜻이 없어 보이지만 목도리, 굽도리, 아랫도리 같은 용어에서의 쓰임은

어떤 물체를 감거나 받쳐서 마무리를 짓는 부분이나 물건이라는 느낌이 든다.

말의 발굽이 이미 그런 부분이지만 도리를 붙여서 부르기 좋게 지은 이름이지 싶다.

 

그런데 이 도리가 말발도리의 사촌 쯤 되는 빈도리에서는 꽤 쓸모가 있어진다.

빈도리는 말발도리와 같은 속의 나무로 줄기 속이 빈 말발도리라는 이름이다.

그러니까 길게 빈말발도리라고 하지 않고 빈도리라고 해도 그럴듯한 이름이 된 것이다.

 

 

말발도리와 가장 비슷한 나무는 아예 돌림자도 쓰지 않는 물참대다.

물참대에게는 돌림자를 쓰는 댕강말발도리라는 이름도 있기는 하다.

식물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발도리와 물참대의 차이를 살피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 차이를 간명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려고 애를 쓴다.

어떤 사람은 터럭지의 유무를 가지고 종을 나누는 부질없는 짓으로 회의를 품기도 한다.

 

아무튼 말발도리는 잎과 열매의 표면에 미세한 털이 있고 수술 기둥이 급히 가늘어지는데,

물참대는 잎과 열매 표면이 매끈한 편이고 수술 기둥이 서서히 가늘어지는 차이가 있다.

말발도리의 꽃밥은 처음부터 연한 노란색인데 비해

물참대의 꽃밥은 처음에 흰색에 가깝다가 오래되면 누르스름해진다.

그리고 말발도리의 수술 열 개의 길이는 거의 같은데 물참대는 다섯 개는 짧고 다섯 개는 길다.

 

(말발도리(왼쪽)의 수술은 끝에서 급히 가늘어지고 물참대(오른쪽)는 차츰 가늘어진다.)

말발도리의 또 다른 사촌뻘에 매화말발도리와 바위말발도리가 있다.

매화말발도리는 말발도리보다 꽃이 훨씬 크고 한 두 개씩 달려서 매화를 닮았다는 이름이지만,

바위말발도리와는 지극히 미세한 차이밖에 없어서 돋보기를 들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런 차이를 어떤 사람은 지극히 하찮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대단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공부를 어떤 사람은 머리 아프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재미있게 몰입한다.

그렇게 큰 차이가 있어도 다 같은 사람인데, 식물 분류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참대        Deutzia glabrata Kom.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낮은 산지의 습기가 많은 계곡부에서 자란다.

말발도리보다 1m 정도 높게 자라며 잎과 열매에 털이 거의 없다.

5~6월에 꽃이 피며 수술 기둥이 끝으로 갈수록 점차 가늘어진다.

 

 

 

 

빈도리        Deutzia crenata Siebold & Zucc.

 

주로 관상용으로 식재하나 지리산 자락에 야화된 듯한 군락이 있다.

1~3m 높이로 자라며 잎 모양은 말발도리와 별 차이가 없다.

6월 무렵에 지름 1.5cm 정도의 꽃들이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린다.

 

 

 

 

매화말발도리   Deutzia uniflora Shirai

 

전국 산지의 바위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허리 높이 정도로 자란다.

4~5월에 2년지의 끝에서 지름 2.5cm 정도의 꽃 1~3개가 달린다.

바위말발도리(D. grandiflora)는 경기, 강원 북부의 제한된 지역에 분포하며

새가지 끝에서 꽃이 피고, 꽃받침 조각의 길이가 열매와 비슷하거나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