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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자주 만나서 정이 가는 고추나무

고추나무            Staphylea bumalda DC.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2~3m 높이로 자라는 고추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5월에 길이 7mm 정도의 꽃들이 가지 끝에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너비 2cm 정도의 반바지 모양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의 들머리에는 등산용품이나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만약 그런 가게들이 없다면 그 자리에는 고추나무들이 늘어서서 산행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산의 가장자리에는 고추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추나무는 떨기나무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큰키나무들의 그늘에서는 살기 힘들고

그런대로 볕을 받을 수 있는 숲 초입이나 가장자리에 터를 잡고 자라는 나무기 때문이다.

 

(고추나무(왼쪽)과 고추(오른쪽) 비교)

고추나무의 이름은 야채로 먹는 고추를 닮아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나무 전체 모습을 보면 별로 닮아 보이지 않지만 꽃과 잎은 고추를 썩 닮았다.

하얗고 작은 꽃과 꽃봉오리가 고추 꽃과 비슷하고 꽃차례는 고추나무가 훨씬 풍성하다.

고추나무의 속명 Staphylea는 그리스어로 포도나 주저리를 뜻하는데

이 나무의 원뿔모양꽃차례가 포도송이처럼 풍성한데서 유래한 걸로 보인다.

꽃보다 고추를 더 닮은 곳은 작은 잎이 세 개씩 달리는 삼출엽(三出葉)이다.

고춧잎을 나물로 무쳐 먹듯이 고추나무의 새순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고추나무는 줄기가 가늘고 덩치가 작아서 목재로는 쓰이지 않았으나 재질이 단단해서

나무젓가락이나 나무못으로 만들어졌고 자잘한 가지는 불에 잘 타서 땔감으로 쓰였다.

심마니들은 산에 갈 때 고추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심마니가 아니더라도 준비 없이 산에 들 때는 쉽게 장만할 수 있는 산행 지팡이다.

 

고추나무의 열매는 반바지 같기도 하고 복주머니를 닮은 듯도 하다.

리고 바람이 들어있는 풍선 같아서 꽃이 진 뒤에도 오랫동안 알아보기가 쉽다.

풍선 속에는 반들반들한 연한 황색의 종자가 있는데 옛날에는 이뇨제로 쓰였다고 한다.

 

고추나무는 이처럼 탈탈 털어보아도 썩 요긴한 쓰임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나무다.

그런 까닭으로 마을 가까운 곳에 있어도 잘려나갈 일이 없이 편안한 삶을 누린다.

고추나무는 지방에 따라 개절초나무, 미영다래나무, 매대나무, 고치대나무, 까자귀나무,

미영꽃나무, 쇠열나무, 철쭉잎 등등 12가지나 되는 이명과 향명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이나 가까운 곳에 흔한 나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별 쓰임은 없어도 그저 자주 만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친근해진 나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