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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길가의 신발장수 신나무

신나무     Acer tataricum L. subsp. ginnala (Maxim.) Wesm.

 

낮은 산지에서 5~8m 높이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갈잎 소교목.

수꽃양성화한그루로 5~6월에 수꽃과 양성화가 섞여서 꽃이 핀다.

열매는 길이 2.5cm 정도의 날개 2개가 좁은 각도로 달려있다.

 

 

 

 

나무 이름을 거의 모르던 시절 벗들과 산행을 하다가 신나무를 처음 만났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한 이 나무를 그 때 처음 만났을 리야 없겠지만

이름을 모르고 눈에 스친 것만으로는 만남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를 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가 참 대단해 보였다.

 

친구는 나뭇가지에 달랑 남은 종자 하나로 신나무임을 알았다고 했다.

씨앗이 신발 한 켤레를 닮아서 겨울에 다른 나무는 몰라도 신나무는 알 수 있다고 했다.

신발을 닮은 씨앗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우스개로 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친구 덕분에 그 후로 신나무 이름 한 가지는 잊지 않고 불러 줄 수 있었다.

나중에 나무 공부를 좀 하다가 보니 그 씨앗이 확실히 특별한 모양이기는 했다.

여남은 종류의 단풍나무붙이의 씨앗은 모두 잠자리 날개 같은 프로펠러를 달고 있는데

그 중 신나무 씨앗의 날개 각도가 가장 좁아서 영락없이 신 한 켤레를 달아놓은 모습이다.

 

아무튼 그 이름을 알고 나서는 도처에서 신나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더욱이 가을이 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화려한 단풍을 보여주는 것이 신나무인데

주로 산이 많은 지방의 도로변에서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는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길가에 신발을 널어놓고 파는 노점상 같기도 해서 혼자 실소하기도 했다.

 

숲에 들면 왜 이 나무가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신나무는 보통 큰키나무에 비해서는 키가 절반도 자라지 못하는 소교목(小喬木)이다.

숲에서 주변의 거목들과 높이 경쟁하기에는 벅차서 신발처럼 생긴 날개를 달고

자꾸만 숲 가장자리나 길가로 탈출을 시도하는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일단 숲에서 뛰쳐나와 길가에 자리 잡은 신나무는

키도 별로 크지 않고 밑동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여느 떨기나무와 같은 모습이 된다.

마치 먹고 살기 힘들어서 체면도 팽개치고 신발 노점상으로 나온 양반을 보는 듯 했고

숲에 떨어진 씨앗은 비록 힘들지만 큰키나무의 체통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