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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주변의 큰키나무

집 둘레에 음나무를 심는 까닭

음나무       Kalopanax septemlobus (Thunb.) Koidz.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두릅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로 25m까지 자란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7~8월에 산방상 취산꽃차례로 꽃이 피는데

가운데 꽃차례에는 양성화, 주변의 꽃차례에는 수꽃이 핀다.

 

 

 

 

 

도시에 살 때는 해마다 음나무 새순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순을 따서 택배로 부쳐주었기 때문이다.

고향 동네에서는 거의 모든 집에서 여남은 그루씩 음나무를 심어 기르고 있다.

음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라는 큰키나무지만 집 주변에서는 키 높이 정도로 키운다. 

새순을 채취하기 쉽도록 해마다 웃자라는 가지를 잘라주는 까닭이다.

 

어느 봄날 친구들이 고향 부근에 놀러 왔을 때 마침 음나무 순이 좋게 자라서

내 어림으로는 먹고 남아서 가져 갈 정도로 충분히 따갔다.

친구들은 어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회, 문어, 대게, 가리비, 해삼 등

온갖 맛난 것들은 제쳐두고 음나무 순 데친 것부터 끝장을 보았다.

 

그 맛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해 낼 재주가 없다.

살짝 쌉쌀하기도 하고 구수한 듯 신선한 향기와 함께 씹는 맛이 부드럽다.

지방에 따라 개두릅이라고도 부르는데 음나무에게는 아주 억울한 별명이다.

두릅보다 향기가 진하며 순이 길고 식감이 좋아서 더 귀하게 쳐주기 때문이다.

 

음나무를 집 주변에 심는 까닭이 한 가지 더 있다.

이 나무의 가시가 드세서 집안에 잡귀가 들어서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음나무를 멋지게 가꾸어 대문을 삼은 집을 보았다.

두 그루가 문설주 위치에 서고 마주 뻗은 줄기가 닿아서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 때가 마침 7월이어서 백록색의 꽃이 핀 모습이 더욱 보기 좋았다.

 

나의 고향집 앞에도 20년이 넘은 음나무 두 그루가 보초를 서고 있는데,

해마다 순을 따먹고 가지만 칠 줄 알았지 아치 모양으로 가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우리도 한 오 년 그렇게 가꾸면 좋은 아치가 될 거라고 식구들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음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엄나무로 부르고 있고 북한명도 엄나무다.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도 엄나무로 표기했는데,  

1942년에 나온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음나무로 바뀐 이래 정명으로 쓰고 있다.

한국 식물명의 유래(이우철, 일조각)에 보면 음나무의 은 경기 방언으로 명찰이고,

이 나무로 명찰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표준어가 그러하더라도 나는 무서운 가시가 연상되는 엄할 자의 엄나무로 부른다. 

 

 

2020.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