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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대청도에서 만난 병아리꽃나무

병아리꽃나무      Rhodotypos scandens (Thunb.) Makino

 

중부 이남의 낮은 산지에서 키높이 정도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4~5월에 새 가지 끝에서 지름 4cm 정도의 하얀색 양성화가 1개씩 달린다.

암술대가 4개이고 열매는 길이 7mm 정도의 계란모양으로 4개씩 맺힌다.

 

 

 

병아리꽃나무는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행운과 같다.

너무 드물다보니 분포지역에 관한 믿을만한 자료도 없는 형편이다.

우연을 바라지 않고 야생의 병아리꽃나무를 실컷 보려면 포항 인근의 군락지에 가야 한다.

서쪽으로 영일만을 안고 있는 포항시 발산리의 군락은 천연기념물 371호로 지정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모감주나무들과 같이 수십 그루의 병아리꽃나무가 자라고 있다.

 

병아리꽃나무는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처음 등장하는 이름이다.

중국 이름 계마(鷄麻)와 옛 문헌에 나오는 쥭두화, 죽도화라는 이름을 제쳐두고

그 의미와 형상이 잘 전달되는 우리말 이름을 추천명으로 채택한 좋은 사례다.

이우철 박사의 한국 식물명의 유래에 의하면 황해도 지방에서 부르던 이름이라고 한다.

 

병아리꽃나무는 귀엽게 꽃이 핀 모습과 이름이 제법 잘 어울린다.

활처럼 완만하게 휘어 늘어지는 줄기에 반 뼘 정도의 간격을 두고 꽃줄기가 나와서

줄기마다 하나씩 동글동글한 꽃을 단 모습은 어미닭을 줄지어 따라가는 병아리 떼를 닮았다.

게다가 네 개씩 맺히는 씨앗도 둥지안에 낳아놓은 계란의 축소판이다.

반질반질하고 까만 씨앗은 봄까지 남아 새로 피는 꽃 아래에 늘어져 있다.

 

병아리꽃나무는 장미과에 속하지만 유별나게 네 장의 꽃잎을 달고 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벚나무 종류, 사과, 복숭아, 배가 열리는 과일나무들, 여러 가지 딸기와

찔레, 해당화 등이 모두 다섯 장의 꽃잎을 달고 있는 걸 보면 마치 어디서 주워온 아이 같다.

 

내가 병아리꽃나무를 처음 본 것은 정향풀과 대청지치를 보러 대청도에 갔을 때였다.

그 때가 오월 말이었는데 바다안개가 짙게 껴서 돌아오는 배가 사흘이나 뜨지 못했다.

빠르게 따뜻해진 대기와 그때까지 차가운 바닷물의 온도차로 생기는 계절적 현상이었다.

본의 아니게 작은 섬 대청도를 샅샅이 탐사할 기회가 되어 여러 종의 귀한 식물들을 만났다.

그때 덤으로 만났던 식물들이 제비난초, 두루미천남성, 반하, 민은난초, 갈매기난초,

초종용, 실거리나무, 망적천문동, 쇠채, 멱쇠채 그리고 병아리꽃나무였다.

 

아쉽게도 병아리꽃나무는 단 한 그루 밖에 찾지 못했다.

첫 만남에서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청도는 지금 인천광역시에 속하지만 6.25이전에는 황해도 옹진반도 코앞의 섬이었다.

그리 생각하니 대청도의 병아리꽃나무는 그 이름의 고향인 황해도의 진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