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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아름다운 수피의 노각나무 노각나무 Stewartia psudocamellia Maxim. 주로 영남과 전남의 산지에서 7~15m 높이로 자라는 차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수피가 매끄럽고 얼룩무늬모양으로 얇게 벗겨지며, 잎 표면의 맥이 들어가 있다. 6~7월에 지름 5cm 정도의 양성화가 피며 꽃잎 가장자리에 미세한 결각이 있다. 노각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수피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들 한다. 이 나무의 다른 이름인 비단나무는 수피를 만졌을 때의 부드러움을 표현한 이름 같다. 또 다른 이름 금수목(錦繡木)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무늬가 아름답다는 이름이다. 노각나무의 수피는 나무가 자라면서 그림맞추기 조각처럼 벗겨져 아름다운 무늬가 되고 벗겨진 시간차에 따라 녹황색, 갈색, 주황색, 상아색 등의 조화로운 색깔을 연출한다. 꽃보다 .. 더보기
주엽나무 가시의 아이러니 주엽나무 Gleditsia japonica Miq. 계곡이나 하천 가장자리에서 20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콩과의 갈잎큰키나무. 잎은 작은잎 6~12쌍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으로 끝부분 쪽의 작은잎이 크다. 5~6월에 반 뼘 남짓한 이삭모양꽃차례에 지름 5mm 정도의 꽃이 모여 핀다. 주엽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 가장 무시무시한 가시를 자랑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크고 억세며 날카로운 가시는 보는 이를 질리게 할 정도다. 마치 굵은 자석 기둥에 대못들이 얼기설기 달라붙어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시가 나는 방향과 길이가 중구난방이어서 그렇게 기괴한 모습이 된 듯하다. 야생인 주엽나무와 비슷한 조각자나무는 관상용으로 가꾸는데 조각자나무의 관상 포인트도 그로테스크한 억센 가시에 있다. 두 가지 나무는 .. 더보기
개느삼의 보이지 않는 덩굴 개느삼 Echinosophora koreensis (Nakai) Nakai 강원 북부 이북의 산지에서 허리 높이 아래로 자라는 콩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길이 1cm 미만의 타원형 작은잎 6~15쌍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다. 4~5월에 새가지 끝에서 나온 원뿔모양꽃차례에 노란색 양성화가 달린다. 개느삼은 1919년에 북한지역에서 정태현 선생이 처음 발견한 한반도 고유종이다. 그리고 46년이 지난 1965년에 강원도 양구의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군락이 발견되어 남한지역에도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그 후 화천, 인제, 춘천 등지에서 자생지가 확인되어 2012년에 보호식물에서 해제되었다. 개느삼의 학명은 발견 당시에 나카이가 ‘Sophora koreensis Nakai’로 .. 더보기
대청도에서 만난 병아리꽃나무 병아리꽃나무 Rhodotypos scandens (Thunb.) Makino 중부 이남의 낮은 산지에서 키높이 정도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4~5월에 새 가지 끝에서 지름 4cm 정도의 하얀색 양성화가 1개씩 달린다. 암술대가 4개이고 열매는 길이 7mm 정도의 계란모양으로 4개씩 맺힌다. 병아리꽃나무는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행운과 같다. 너무 드물다보니 분포지역에 관한 믿을만한 자료도 없는 형편이다. 우연을 바라지 않고 야생의 병아리꽃나무를 실컷 보려면 포항 인근의 군락지에 가야 한다. 서쪽으로 영일만을 안고 있는 포항시 발산리의 군락은 천연기념물 371호로 지정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모감주나무들과 같이 수십 그루의 병아리꽃나무가 자라고 있다. 병아리꽃나무는 1937년에 .. 더보기
태하령의 귀공자 솔송나무 솔송나무 Tsuga sieboldii Carrière 울릉도의 깊은 숲에서 20m 정도까지 자라는 소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잎은 길이 1.5cm, 폭 2mm 정도의 편평한 선으로 뒷면에 흰색 기공선이 있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암구화수는 아래를 향해, 수구화수는 위를 향해 달린다. 2018년 12월 드디어 울릉도를 자동차로 한 바퀴 돌 수 있는 일주도로가 개통되었다. 1963년 3월에 착공한 이래 45km 도로 건설에 55년이나 걸린 사연이야 많겠지만 해안 대부분이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지형이 가장 큰 난관이었을 것이다. 섬 둘레 백여 리를 도는 울릉도의 도로는 평탄하고 곧은 구간이 거의 없이 급커브, 급경사에 수많은 터널에다 심지어 나선형으로 오르고 내리는 곳도 두어 곳 있다. 울릉도에.. 더보기
향나무를 보기 어려운 까닭 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L. 강원 삼척, 영월, 경북 의성, 울릉도의 암석지대에서 자라는 늘푸른큰키나무. 비늘잎과 바늘잎의 두 가지 잎이 섞여 나는데 개체에 따라 비율이 다르다. 암수딴그루(드물게 암수한그루)로 구화수의 길이는 3~5mm로 자잘하다. 우리나라의 토종 향나무는 대다수가 아찔한 벼랑에 붙어 산다. 울릉도 도동항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절벽 위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향나무와 섬 서쪽에 거대한 상어지느러미처럼 솟은 통구미 절벽의 군락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육지에서는 삼척과 영월의 절벽지대에서 드물게 향나무를 볼 수가 있다. 그렇다고 향나무가 절벽에 붙어 그림처럼 폼을 재며 사는 걸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내륙에서는 궁궐이나 사찰, 그리고 양반들의 정자나 묘소에.. 더보기
천연기념물 제1호 측백나무 숲 측백나무 Platycladus orientalis (L.) L. 중국 서북부와 국내 일부 지역에 분포하는 측백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높이 20m, 지름 1m 정도까지 자랄 수 있으나 국내에는 거목이 드물다. 암수한그루로 3~4월에 가지 끝에 구화수가 달린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은 제559호까지(2020년 7월 기준) 지정되었다. 그 중 제1호 는 1962년에 선정된 대구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 숲이다. 물론 ‘제1호’에 특별한 지위가 있을 리야 없겠지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자료를 통해서는 이 숲이 왜 1호의 영광을 얻었는지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다른 측백나무 숲 서너 곳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는 것을 덤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자료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 더보기
아름다운 실패작 큰꽃으아리 큰꽃으아리 Clematis patens C.Morren & Decne.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야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갈잎덩굴나무. 5~6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5cm 정도의 꽃이 1개씩 핀다.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편은 5~8장이며 뒷면에 털이 밀생한다. 산과 들에서 큰꽃으아리를 우연히 만난다면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다. 그만큼 드물기도 하지만 꽃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아진다. 으아리속(Clematis)에는 종덩굴, 병조희풀, 참으아리 등 한미모하는 꽃들이 많지만 그 모든 꽃들이 큰꽃으아리의 격조 높은 미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큰꽃으아리의 하얗게 펼친 넉넉한 꽃잎(花被片)은 곱게 차려입은 모시적삼과 같고 그 가운데를 은은하게 물들인 포르스름한 무늬는 어떤 신비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