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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주엽나무 가시의 아이러니

주엽나무     Gleditsia japonica Miq.

 

계곡이나 하천 가장자리에서 20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콩과의 갈잎큰키나무.

잎은 작은잎 6~12쌍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으로 끝부분 쪽의 작은잎이 크다.

5~6월에 반 뼘 남짓한 이삭모양꽃차례에 지름 5mm 정도의 꽃이 모여 핀다.

 

 

 

주엽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 가장 무시무시한 가시를 자랑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크고 억세며 날카로운 가시는 보는 이를 질리게 할 정도다.

마치 굵은 자석 기둥에 대못들이 얼기설기 달라붙어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시가 나는 방향과 길이가 중구난방이어서 그렇게 기괴한 모습이 된 듯하다.

 

야생인 주엽나무와 비슷한 조각자나무는 관상용으로 가꾸는데

조각자나무의 관상 포인트도 그로테스크한 억센 가시에 있다.

두 가지 나무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꽃과 잎은 거의 차이가 없고 

주엽나무 가시의 단면은 타원형이고 조각자나무는 원형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자연 상태의 계곡에서 만났다면 주엽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한방에서는 주엽나무의 열매를 조협(皂荚)이라고 부르며 약재로 쓴다.

조협은 쭉정이 자와 꼬투리 자를 쓰므로 커다란 열매꼬투리에 비해

씨앗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주엽나무의 열매를 묘사한 약재명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주엽나무를 산조협(山皂荚)으로, 조각자나무를 조협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주엽나무라는 이름은 조협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

 

식물이 가시를 내는 건 대체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주엽나무에 초식동물이 특별히 탐낼만한 그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이 나무가 자연에서 아주 드문 걸 보면 그리 성공적인 전략 같지는 않다. 

초식동물의 먹잇감과는 관련이 없이 이 나무의 태생적인 약점 때문일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씨앗의 발아율이라든가 싹이 났을 때 주변 식물들과의 생존경쟁력이 약해서

드물게 나온 개체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무시무시한 가시를 내었을는지도 모른다.

 

(육점희 님 사진)

같은 이치로 사람들의 성향에서도 그런 것들이 쉽게 드러난다.

대체로 내면이 충실하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외유내강(外柔內剛)한 편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흔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과거에 신발에 구멍이 날 때까지 신었다는 거부의 검소함은 지금도 회자되는 반면

내면이 충실하지 못한 이들은 값 비싼 명품으로 감싸는 현상도 그런 맥락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