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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개느삼의 보이지 않는 덩굴

개느삼      Echinosophora koreensis (Nakai) Nakai

 

강원 북부 이북의 산지에서 허리 높이 아래로 자라는 콩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길이 1cm 미만의 타원형 작은잎 6~15쌍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다.

4~5월에 새가지 끝에서 나온 원뿔모양꽃차례에 노란색 양성화가 달린다.

 

 

 

 

개느삼은 1919년에 북한지역에서 정태현 선생이 처음 발견한 한반도 고유종이다.

그리고 46년이 지난 1965년에 강원도 양구의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군락이 발견되어

남한지역에도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그 후 화천, 인제, 춘천 등지에서 자생지가 확인되어 2012년에 보호식물에서 해제되었다.

 

개느삼의 학명은 발견 당시에 나카이가 Sophora koreensis Nakai’로 등록하였다가

4년 후인 1923년에 본인이 Echinosophora koreensis (Nakai) Nakai’로 수정하였다.

처음에는 고삼과 같은 속으로 보았으나 개느삼속을 다른 속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는 그가 금강초롱꽃을 Symphyandra속으로 발표했다가 Hanabusaya속으로 수정하면서

자신의 출세길을 열어준 초대일본공사 하나부사에게 보은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 의도와 합리성 여부를 떠나 이렇게 해서 한반도 고유속의 식물이 한 가지 추가되었다.

 

(선광렬 님 사진)

처음에 고삼과 같은 속으로 본 것처럼 개느삼이라는 이름은 고삼에 닿아있다.

맛이 쓰고 인삼 같은 약효가 있다는 고삼()의 다른 이름이 너삼이다.

역시 같은 콩과의 황기는 약간 단맛이 나서 단너삼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개느삼은 고삼이나 황기보다 약성이 못하다는 이름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개느삼의 생태는 매우 놀랍고도 흥미로운 면이 있다.

많은 개체로 보이는 것이 모두 한 그루에서 뻗어나간 땅속줄기로 연결되어있는데

그 지름이 자그마치 25미터 정도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땅속줄기가 연결되어 있는 대나무나 아까시나무는 여간해서 제거하기가 어렵다.

기후변화나 천적의 출현이 있기 전에는 개느삼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사실 우리의 삶도 땅속줄기처럼 보이지 않는 관계의 기반이 있을 때 탄탄해 진다.

개별적인 삶은 인간적 유대로 연결됨으로써 성장하고 역경에 쉬 무너지지 않는다.

인간적 유대는 가족관계가 바탕이 되고 친구나 연인 동료들 간의 사랑과 믿음이다.

오늘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졌으나 그 순도는 미심쩍다.

이해관계나 계약관계로 얽힌 살벌한 유대는 파국에 이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