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천연기념물 제1호 측백나무 숲

측백나무             Platycladus orientalis (L.) L.

 

중국 서북부와 국내 일부 지역에 분포하는 측백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높이 20m, 지름 1m 정도까지 자랄 수 있으나 국내에는 거목이 드물다.

암수한그루로 3~4월에 가지 끝에 구화수가 달린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은 제559호까지(20207월 기준) 지정되었다.

그 중 제1호 는 1962년에 선정된 대구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 숲이다.

물론 1에 특별한 지위가 있을 리야 없겠지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자료를 통해서는 이 숲이 왜 1호의 영광을 얻었는지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다른 측백나무 숲 서너 곳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는 것을 덤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자료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경북 영양의 측백나무 군락)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측백나무 숲은 대구 경북 지역 세 곳과 충북 단양에 한 곳이 있고,

울진 성류굴 입구의 군락은 동굴 전체가 천연기념물이 되어 따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이 다섯 곳의 측백나무 자생지는 모두 물이 흐르는 하천 바로 옆에 형성되어 있는데,

단양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쪽 또는 서북쪽 절벽에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육서정온(六書精蘊)이라는 책에는

많은 나무가 햇빛을 향하지만 측백나무만 홀로 서쪽을 향하니 대체로 음지나무이나

곧은 덕이 있기 때문에 글자는 백()을 따른다. 은 곧 서쪽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측백나무를 뜻하는 백()자는 서쪽을 의미하는 색인 에 나무 변을 붙인 글자다.

 

또 한 가지 측백나무에 관해 눈여겨 볼 대목은 사마광이 저술한 중국의 역사서인

자치통감(资治通鉴) 위기편(魏記篇)에 나오는 朝華之草多而零落 松柏之茂隆寒不衰라는 구절이다.

아침에 화려한 풀꽃은 저녁에 떨어지나 무성한 송백은 혹한에도 쇠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강인하고 지조 높은 소나무()와 쌍을 이루며 측백나무()가 등장하는 걸 보면

중국에는 측백나무가 소나무에 버금갈 정도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로 짐작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에서 송백(松柏)은 상용구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국내의 측백나무 자생지는 송백의 한 축인

중국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이유는 물론 아니겠지만,

선비정신을 자랑하는 나라의 체면을 세우는 데는 한몫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