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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태하령의 귀공자 솔송나무

솔송나무      Tsuga sieboldii Carrière

 

울릉도의 깊은 숲에서 20m 정도까지 자라는 소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잎은 길이 1.5cm, 폭 2mm 정도의 편평한 선으로 뒷면에 흰색 기공선이 있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암구화수는 아래를 향해, 수구화수는 위를 향해 달린다.

 

 

 

 

201812월 드디어 울릉도를 자동차로 한 바퀴 돌 수 있는 일주도로가 개통되었다.

19633월에 착공한 이래 45km 도로 건설에 55년이나 걸린 사연이야 많겠지만

해안 대부분이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지형이 가장 큰 난관이었을 것이다.

섬 둘레 백여 리를 도는 울릉도의 도로는 평탄하고 곧은 구간이 거의 없이 급커브,

급경사에 수많은 터널에다 심지어 나선형으로 오르고 내리는 곳도 두어 곳 있다.

 

울릉도에서 가장 험한 도로는 섬 서쪽에서 남쪽으로 내부를 비껴 관통하는 태하령길인데

너무 좁고 위험해서 2005년부터 13년 동안 차량통행을 금지시켰다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안전시설을 보완한 후 소형차량에 한해서 일방통행만 허용하고 있다.

태하령길은 울릉도의 험준한 산세와 원시림을 체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로다.

 

태하령 고갯길의 정상부는 너도밤나무, 섬잣나무, 그리고 솔송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서

사뭇 잃어버린 원시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국내에서 솔송나무와 선모시대가 자생하는 곳은 울릉도에서도 오직 이곳 뿐이다.

10여 년 전에 선모시대를 보러 태하령을 걸어서 넘었는데 그 때는 나무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풀꽃들만 집중적으로 탐사하던 때라 그 원시림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었다.

 

솔송나무는 소나무과로 분류되지만 모양은 오히려 주목과의 주목이나 비자나무에 가깝다.

곧게 뻗는 줄기, 짧고 두터운 잎,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무가 주는 품격이 그러하다.

원래 울릉도에는 솔송나무 거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으나 러일전쟁 이후에

일본 사람들이 남벌을 해 간 탓에 지금은 겨우 몇 그루의 거목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도 있는 나무를 먼 바다를 건너 베어간 걸 보면 얼마나 귀한 목재인지 짐작이 된다.

 

(경상북도 수목원에 재식한 솔송나무)

이 나무를 직접 본 곳은 경상북도 수목원이었다.

종자를 발아시켜 키웠는지 10년 남짓 되어 보이는 몇 그루의 솔송나무는

거목으로 자란 나무를 더욱 보고 싶게 하는 갈증만 더해주었다.

그래도 이름이 소나무 중의 소나무, 솔송이라서 그런지 귀공자의 품격이 느껴졌다.

내년 봄에는 꼭 태하령 길을 걸으며 아름드리 솔송나무들을 만나리라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