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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덩굴과 아주 작은 나무

미역처럼 춤추는 미역줄나무

미역줄나무        Tripterygium regelii Sprague & Takeda

 

전국의 높은 산지에 분포하며 반덩굴성으로 자라는 노박덩굴과의 갈잎떨기나무.

수꽃양성화한그루로 6~7월에 원뿔모양꽃차례에 지름 5mm 정도의 꽃이 달린다.

열매의 길이는 1cm 정도이고 3개의 넓은 날개가 있으며 가을에 붉게 익는다.

 

 

 

 

 

미역줄나무는 평범한 덩굴 같지만 자세히 볼수록 흥미로운 식물이다.

미역줄나무는 곧고 길게 줄기를 뻗어 춤추듯 휘청거리다가

제 몸을 가누기 어려울 때 쯤 적당한 주변 나무를 감아 자세를 고정한다.

옛 사람들은 이 나무의 긴 줄기가 산자락에서 건들거리는 모습에서

바다 속에서 조류에 미역 줄기가 너울거리는 모습을 떠올렸을 법하다.

 

미역줄나무는 아랫부분이 여느 떨기나무처럼 곧은 줄기로 되어있고

높이 올라간 줄기는 부드럽게 휘어지는 덩굴이 되는 반덩굴식물이다.

칡넝쿨처럼 닥치는 대로 휘감고 얽히고설키는 염치없는 덩굴이 아니라

상당히 점잖게 줄기를 뻗으면서 하나의 개체가 큰 덤불을 이룬다.

 

원뿔모양에 자잘한 하얀 꽃들이 피는 꽃차례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수꽃양성화한그루인 이 식물은 한 떨기의 꽃차례에 수꽃과 양성화가 동시에 피는데

수꽃에도 퇴화한 암술대가 있어서 두 종류의 꽃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양성화는 결실기에 중간 중간에서 열매가 자라 나와야 비로소 존재를 드러낸다.

 

열매는 연두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하다가 나중에 빨간색이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아름다운 색의 변화를 연출하는 부분은 껍질에 붙은 세 개의 날개다.

이 세 개의 넓적한 날개는 마치 로켓의 꼬리에 붙은 방향타처럼 생겼다.

미역줄나무의 속명 Tripterygium은 이러한 열매의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리스어로 숫자 3을 뜻하는 treis와 작은 날개를 뜻하는 pterygion의 합성어다.

 

이 나무가 그리 귀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높고 깊은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전혀 만나지 못했다.

대신 고향이 바다와 가까운 산골이어서 미역은 실컷 먹고 자랐다.

미역이 몸에 이로운 건 두말할 나위가 없고 그 조리법 역시 무궁무진하다.

 

옛날에는 가공되지 않은 통미역을 사면 아랫부분에 미역꼬다리가 붙어 왔다.

조리법이 그리 다양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 미역꼬다리는 아이들의 간식거리였다.

딱딱하고 짜디짜서 조금씩 뜯어서 입에서 녹여먹는데 한나절은 걸렸던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천연의 영양제였고 보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