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덩굴과 아주 작은 나무

개버무리에 대한 새로운 전설

개버무리    Clematis serratifolia Rehder

 

주로 경북, 강원 이북의 하천변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갈잎덩굴식물.

길이 3~4m 정도의 덩굴을 뻗으며 바닥을 기거나 다른 식물을 감고 오른다.

7~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3cm 정도의 연한 황색 꽃이 1~3개 달린다.

 

 

 

 

 

개버무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이 이름을 구성하는 버무리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이 의미가 분명하다.

대체로 꽃 이름 앞에 들어가는 는 어떤 종에 비해 형질이나 효능이 못하다는 뜻이고

버무리는 여러 가지를 한데에 뒤섞어서 만든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개와 음식을 버무리니까 아주 이상한 식물 이름이 되어버렸다. 

 

(박해정 님 사진)

많은 식물이야기를 쓰고 국립수목원장까지 지낸 박사님도 유래를 모르겠다고 했고

여러 호사가들이 저마다 풀이에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그럴듯한 설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개버무리의 씨앗 뭉치가 삽살개를 빼닮았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개버무리의 가 삽살개라는 추측은 형질이 못할 경우에 쓰는 와는 다른 것이다.

버무리는 이 덩굴식물이 아무데나 널브러져서 덩굴과 꽃과 잎과 씨앗이

뒤죽박죽 버무려진 듯이 자라는 모습일 거라고 좀 억지스러운 풀이들을 한다.

아무튼 개버무리에 대한 이름 풀이는 이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속 시원한 이름풀이가 없다보니 어느 분이 개버무리의 전설을 지어냈다.

가끔 함께 탐사도 하는 꽃벗 백태순님의 창작 전설을 줄여서 옮겨 본다.

 

조물주가 어느 날 물매화,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투구꽃 등등의 가을꽃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자투리들이 아까워서 잘 버무렸는데 뭔가 부족한 꽃이 만들어졌다.

꽃이 곱기는 해도 당나귀 귀처럼 비례가 어설퍼 보였는데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개’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잘못 버무린 꽃이라는 뜻으로 ‘개버무리’라고 이름 지었다.

개버무리라는 이름에 불만을 품은 이 식물은 그래서 여기저기 마구 널브러져 핀다.

 

어설픈 이름풀이 보다는 이 재치 있는 창작 전설이 훨씬 마음에 들고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꽃벗들과 함께하는 탐사는  웃음꽃이 핀다.

꽃 이름의 어떤 유래나 전설도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부담이 없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