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버무리 Clematis serratifolia Rehder
주로 경북, 강원 이북의 하천변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갈잎덩굴식물.
길이 3~4m 정도의 덩굴을 뻗으며 바닥을 기거나 다른 식물을 감고 오른다.
7~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3cm 정도의 연한 황색 꽃이 1~3개 달린다.
개버무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이 이름을 구성하는 ‘개’와 ‘버무리’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이 의미가 분명하다.
대체로 꽃 이름 앞에 들어가는 ‘개’는 어떤 종에 비해 형질이나 효능이 못하다는 뜻이고
‘버무리’는 여러 가지를 한데에 뒤섞어서 만든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개와 음식을 버무리니까 아주 이상한 식물 이름이 되어버렸다.
많은 식물이야기를 쓰고 국립수목원장까지 지낸 박사님도 유래를 모르겠다고 했고
여러 호사가들이 저마다 풀이에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그럴듯한 설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개버무리의 씨앗 뭉치가 삽살개를 빼닮았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개버무리의 ‘개’가 삽살개라는 추측은 형질이 못할 경우에 쓰는 ‘개’와는 다른 것이다.
버무리는 이 덩굴식물이 아무데나 널브러져서 덩굴과 꽃과 잎과 씨앗이
뒤죽박죽 버무려진 듯이 자라는 모습일 거라고 좀 억지스러운 풀이들을 한다.
아무튼 개버무리에 대한 이름 풀이는 이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속 시원한 이름풀이가 없다보니 어느 분이 개버무리의 전설을 지어냈다.
가끔 함께 탐사도 하는 꽃벗 백태순님의 창작 전설을 줄여서 옮겨 본다.
조물주가 어느 날 물매화,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투구꽃 등등의 가을꽃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자투리들이 아까워서 잘 버무렸는데 뭔가 부족한 꽃이 만들어졌다.
꽃이 곱기는 해도 당나귀 귀처럼 비례가 어설퍼 보였는데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개’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잘못 버무린 꽃이라는 뜻으로 ‘개버무리’라고 이름 지었다.
개버무리라는 이름에 불만을 품은 이 식물은 그래서 여기저기 마구 널브러져 핀다.
어설픈 이름풀이 보다는 이 재치 있는 창작 전설이 훨씬 마음에 들고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꽃벗들과 함께하는 탐사는 웃음꽃이 핀다.
꽃 이름의 어떤 유래나 전설도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부담이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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