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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단풍이 고운 검양옻나무



 


















 

검양옻나무   옻나무과

Toxicodendron succedaneum (L.) Kunze

 

전남 흑산도, 홍도 및 제주도의 낮은 산지의 숲속에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보통 5m 높이로 자라나 난대림에서는 키 크기 경쟁으로 아주 높게 자란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줄기 끝에서 녹백색의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로 핀다.

    




 

옻나무는 이름만 들어도 섬뜩하다.

어릴 적에 옻이 올라 심하게 고생을 한 경험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옻이 오르면 동네 약국에 가도 금방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지만

50여 년 전 두메산골에서는 마땅한 약을 구하기 어려워서 한 달 가까이 고생을 했다.

약수로 씻어도 낫지 않고 어떤 민간요법도 효과가 없을 만큼 고약한 피부염이었다.


옻나무속의 식물들이 공유하는 Toxicodendron이라는 속명은 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독성은 우루시올urushiol이라는 성분인데 민감한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그 증상은 피부에 열이 나고 부으며 심하게 가렵고 진물이 나올 정도로 지독하다.

아주 예민한 사람은 옻나무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옻이 오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종의 옻나무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 옻나무는 칠감을 채취하기 위해 재배하므로 야생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이 옻나무의 진이 뿌연 색인데 굳으면 검붉은 색이 되어 전통공예의 칠감으로 쓴다.

산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옻나무는 대부분 개옻나무로 옻나무보다는 독성이 약하다.

남부지방에는 산검양옻나무가 흔하고

 검양옻나무와 덩굴옻나무는 기후가 온난한 몇몇 섬에서만 자란다.



옻나무 종류 중에서 검양옻나무는 단풍이 들면 유난히 고운 붉은색을 띠는데,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검붉게 변하는 과정에서 얻은 이름인 듯하다.

검양검정이나 까망을 뜻하는 옛말이었거나 그 지방의 방언으로 짐작된다.

검양옻나무의 잎은 다른 옻나무들의 잎에 비해 두꺼운 가죽질이고

잎 꼬리가 길어서 쉽게 구별할 수가 있는데,

단풍이 들지 않아도 갸름하고 날렵한 잎 모양이 예쁘다.


검양옻나무도 옻이 오르는지 궁금해서 여러 자료를 검색해보고 물어보기도 했으나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던 차에 문득 바보스럽기 짝이 없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언젠가 숲을 탐사하다가 그 귀하다는 검양옻나무를 만나서 와락 반가운 마음에

잎과 줄기를 만져보고 꽃차례도 하나 꺾어서 요리조리 살펴보고 사진도 찍지 않았던가.

체험을 하고서도 깨닫지 못한 아둔함을 어디에 묻어야할지...

 

2019.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