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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윤노리나무 단상























윤노리나무               장미과

Photinia villosa (Thunb.) DC.

 

중부 이남에 분포하며 주로 남부지역의 산지에서 볼 수 있다.

2~5m 높이로 자라며, 잎은 타원형으로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다.

4~5월에 지름 1cm정도의 꽃이 편평꽃차례로 모여 핀다.

 

    


 

 

윤노리나무는 큰키나무(喬木)라고 하기는 작고 떨기나무(灌木)라고 치면 섭섭하다.

그래도 밑동부터 줄기를 내지는 않으므로 겨우 큰키나무에 끼는 편이다.

나뭇가지가 사람 손이 닿을만한 높이에 있기 때문에

옛날에는 그런 가지 중에 적당히 굵고 곧은 부분을 잘라 다듬어 윷을 만들었다.

윤노리나무는 윷을 만들기에 적당한 나무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윤노리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서는

그곳에서 구하기 쉬운 싸리나무, 대추나무, 박달나무 등으로 윷을 만들었다.

 윷을 만드는 나무들은 대체로 재질이 단단해서 적당한 무게감이 있고

윷가락끼리 서로 부딪쳤을 때 맑은 소리를 내며 

손때가 묻을수록 색이 깊어지고 촉감으로 정이 드는 나무들이다.



윤노리나무 역시 재질이 여느 나무보다 단단하고 속살이 아름답다.

이 나무로 소의 코뚜레를 만들었기 때문에 소코뚜레나무라고도 불렀고,

 여러 가지 농기구도 만들었던 걸 보면 얼마나 튼튼한 나무인지 짐작이 된다.

게다가 목질이 치밀하고 색이 고와서 도장을 만드는 데에도 많이 썼다.


윤노리나무의 꽃을 들여다보면 그 이름 때문인지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작은 꽃에서 친지가 둘러앉아 윷이야!’를 외치며 웃음꽃을 피우는 정경이 그려진다. 

생각해보면 윷놀이는 정말 대단한 민속놀이다.

나무토막 네 개와 아무데나 잠깐 그릴 수 있는 말판과 몇 개의 말로,

사람 수에 구애받지 않고 처음 하는 사람도 금방 신이 나는 놀이가 아닌가.



현대 문명과 더불어 수많은 민속놀이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잊혀져갔지만

그래도 명절에는 가족의 중심을 잡아주는 마지막 보루가 윷놀이 판이었다.

손때 묻은 윷가락을 우물정자로 포개 쥐고 윷이야!’ ‘걸이야!’를 목청껏 외치며

 저 나름의 멋진 몸짓으로 던질 때 온 가족의 기대에 찬 눈길이 모였고

 맑은 소리와 함께 윷가락이 윷판에 내려앉을 때 갈채와 탄식이 엇갈렸다

 

근래에는 윷놀이마저 모바일로 출시되어서 스마트폰 속으로도 들어갔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손바닥안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정겨운 눈길, 손에 익은 촉감, 오래된 향기와 소리는 우리 곁을 떠나간다.

윤노리나무는 이제 가지가 잘릴 일이 없다고 이런  세상을 좋아할까.

 

 

2019.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