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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팽나무 집안의 팍팍한 이름들


 

팽나무      팽나무과

Celtis sinensis Pers.

 

전국에 분포하나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바다 가까운 지역에 많이 자란다.

높이 20m, 지름 2m 정도로 성장하고, 잎가장자리의 중간부터 톱니가 있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4~5월에 수꽃은 가지 아래쪽에, 양성화는 위쪽에 달린다.

열매는 지름 6mm정도의 구형으로, 9~10월에 황적색으로 익는다.

    


 

 

팽나무, 폭나무, 푸조나무, 풍게나무... 나무 이름들이 조폭 이름처럼 팍팍하다.  

이들은 모두 팽나무 집안의 나무로 크기와 모양이 비슷비슷하다

팽나무과에는 이 네 가지 나무 외에 왕팽나무와 검팽나무 등 몇 식구가 더 있다.

 이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려면 내 나름의 기억방식이 필요했다.  


(수령 900년 정도로 추정되는 팽나무. 제주도 한림읍) 


우선 팽나무라는 이름의 내력부터 알아보았다.

 팽나무를 한자로 쓸 때 굳셀 팽자를 쓴다.

오래 살며 나무의 모양에서도 힘이 넘쳐나는 이 나무에 걸맞은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수백 년을 살아온 팽나무를 보면 도가道家의 시조로 전해오는 팽조彭祖가 생각난다.

팽조는 700살이 넘어서도 젊은이의 모습이었다고 하니 팽나무의 수명과 비슷하다.

제주도에서 아주 오래된 나무로 보호하고 있는 나무 126그루 중에 80그루가 팽나무이고

 나이는 최고 900살에 이르며 대개 마을의 수호신인 신목神木으로 대접받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팽나무와 형제뻘이면서 모양도 아주 비슷한 푸조나무는

제주도에서 두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고 300여 년 묵은 나무가 최고령이다.

푸조나무는 팽조처럼 오래 살지 못해서 부실한 팽조’, 푸조나무가 되었나보다.

푸조나무는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 없어서 보고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팽나무의 잎은 거꿀달걀모양에 가깝고 잎가장자리의 절반 이후에만 톱니가 있는데,

푸조나무의 잎은 달걀모양에 끝이 길게 뾰족하며, 잎가장자리 전체에 톱니가 있다.


(수령 300~350년 정도의 푸조나무, 제주시 도련1동)


팽나무과의 나무들은 수형이 비슷해서 잎이 떨어진 겨울에는 더욱 구별하기가 어렵다.

유치한 발상이나 팽나무붙이들의 특징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말을 만들어 보았다.

팽나무와 아주 비슷하지만 잎 끝이 들어간 데서 꼬리 하나만 나온 것은 폭나무,

잎 끝의 톱니가 백제의 불꽃무늬 왕관처럼 갈라지면 왕팽나무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잎의 톱니가 처럼 날카롭고 잎 모양도 칼날처럼 좁으면 검팽나무.

풍게나무는 육지에는 드물고 울릉도에 흔하다고 하니 바람에 날려갔다고나 할까

 

비록 무지몽매한 방법이지만 모로 가도 한양만 가면 된다고,

 이 갸륵한 노력으로 헷갈리던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신록을 기다리는 마음이 겨울부터 설렌다


2019. 1. 12.









    





푸조나무        팽나무과

Aphananthe aspera (Thunb.) Planch.

 

서남해안지방과 제주도, 울릉도에 분포하며 높이 25m, 지름 1.5m 정도 자란다.

대부분 수꽃양성화한그루인 팽나무과의 나무들과는 달리 암수한그루 식물이다.

4~5월에 수꽃은 가지 아래쪽에 모여 피고, 암꽃은 위쪽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열매는 지름 1cm정도의 구형으로, 9~10월에 검게 익으며 팽나무보다 자루가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