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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사람주나무에서 본 나부의 모습



 


















 

사람주나무              대극과

Sapium japonicum (Siebold & Zucc.) Pax & Hoffm.

 

경북, 전북 이남과 중부지방의 바다 가까운 지역의 숲과 계곡에 자란다.

4~6m 정도 자라며, 수피가 희고, 가지나 잎을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5~6월에 10cm정도의 총상꽃차례 윗부분에 수꽃, 아래쪽에 암꽃이 핀다.

 

    




 

사람주나무는 한 번 듣고도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이름이 별나다.

이 이름은 경남지방의 방언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한국 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방언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형상을 떠나서 달리 추측해볼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이 나무에 사람과 관련된 그럴싸한 전설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우선 사람주나무의 꽃은 오징어다리 튀김처럼 생겨서 사람과 거리가 멀고,

잎의 모습도 여느 나무의 잎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둥글넙적하다.

 구슬 세 개가 붙어있는 듯한 열매도 그렇고 나무의 전체 모습도 평범하다.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줄기 아랫부분에서 사람의 몸을 닮은 형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민망하게도 벌거벗은 여인의 몸을 닮아있었다.

고운 피부를 연상하게 하는 발그스레하고 부드러운 수피에다

줄기의 편안한 곡선은 나부裸婦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주나무의 자가 그루 주에서 나온 것이라면

나무의 밑동이 사람을 닮았다는 이름이므로 제법 그럴싸한 추측이 된다.



게다가 이 나무의 다른 이름들 중에 신방나무라는 이름이 있다.

그것이 첫날밤을 치르는 신방이라면 역시 벗은 여인의 모습과 의미가 통한다.

그리고 대극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줄기나 잎이 상처를 입으면

여느 대극과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젖과 같은 하얀 유액이 나온다.

이런 현상 역시 여인의 몸에 비유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나무의 이름을 붙일 때 여인주나무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점잖으신 우리 조상들은 노골적인 비유를 피해서 사람주나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나무의 이름에 대하여 분명한 유래가 없다보니 상상이 지나쳤을는지 모르겠으나,

숲에서 이 나무를 만나게 되면 민망하고도 야릇한 느낌이 들 것 같다.

 

2019.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