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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안면도의 멋진 덩굴 먹넌출



 

 











(이우락 님 사진) 






먹넌출            갈매나무과

Berchemia floribunda (Wall.) Brongn.

 

동남아와 인도 일대에 분포하며 국내에는 충남 안면도에 자생한다.

낙엽 덩굴성 목본으로 다른 나무를 타고 5~7m정도 줄기를 뻗는다.

7~10월에 지름 3mm정도의 자잘한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를 이루고,

열매는 이듬해 6~7월에 붉게 익다가 검게 변한다.

 

    


 

안면도는 한반도의 배꼽 쯤 되는 위치에 있는 섬이다.

 그런데도 제주와 가까운 남해의 섬들보다 더 제주도의 식물생태계와 비슷하다. 

 예컨대 새우난초, 금새우난초, 으름난초, 비비추난초, 각시족도리풀, 긴잎제비꽃,

까마귀베개, 좀딱취, 호자덩굴 같은 따뜻한 지방에 자라는 식물들이다


이 생태적 유사성에 주목한 사람들은 안면도가 원래 제주도 옆에 붙어 있다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태안반도에 걸렸다는 농담도 하지만 안면도는 원래 육지였다.

안면도는 안면곶으로 불리다가 조선 인조 임금 때 남도에서 생산한 곡물을

보다 안전하고 빠른 뱃길로 수송하기 위해 운하를 뚫은 다음부터 섬이 된 곳이다


(이우락 님 사진) 

생태계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안면도에는 제주에도 없는 먹넌출이라는 식물이 자란다.

먹넌출은 유려하게 뻗는 덩굴과 단아한 잎차례, 정교한 보석세공 같은 꽃,

그리고 붉게 익는 열매까지 모두가 아름다운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먹넌출의 넌출은 덩굴의 방언이고 줄기가 먹빛을 띤다는 의미의 이름이라고 하나,

 실제로 이 줄기에서 굳이 먹빛이 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차라리 덩굴이 너무 멋있어서 멋넌출로 부르다가 변음이 되었다면 고개를 끄덕이겠다.

어쨌거나 먹넌출은 안면도에만 자라고, 그곳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므로 의미가 있다.



북한에서는 먹넌출을 청사조보다 크다는 의미로 왕청사조라고 부른다.

 청사조는 먹넌출과 아주 비슷한 덩굴인데 국내에서는 군산에만 자생지가 알려져 있다.

 청사조靑蛇條는 줄기가 푸른 뱀을 닮았다는 뜻의 이름이다.

먹넌출의 분류적 자리매김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학명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먹넌출의 옛 학명 중에 B. racemosa var. magna 가 청사조의 학명 B. racemosa

크다는 뜻의 변종명 magna를 붙인 것이므로 왕청사조라는 이름도 의미가 통한다

 

안면도의 먹넌출이나 군산의 청사조나 발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진 식물이다.

그 종자를 철새가 품어왔는지 바닷물이 실어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먼 남쪽나라에서 이역만리 이 땅에 온 귀한 손님임에는 틀림이 없다.

 

2019. 1. 5.

 

 

    



 

청사조

Berchemia racemosa Siebold & Zucc.

 

먹넌출과 비슷한 식물로, 국내에는 전북 군산 일대에서만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먹넌출의 꽃차례에 비해 꽃차례의 갈래가 짧게 갈라지며, 먹넌출의 잎보다 크기가

작고 측맥의 수도 적은 편이나 근래에는 같은 종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