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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남오미자와 흑오미자의 상반된 운명



 












(남오미자 암꽃)





남오미자    오미자나무과

Kadsura japonica (L.) Dunal

 

남해안과 섬의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상록성 덩굴로 8m정도 줄기를 뻗는다.

암수딴그루이나 간혹 암수한그루이고 8~9월에 지름 1cm 정도의 꽃이 핀다.

오미자의 열매가 이삭모양인데 비해 남오미자는 호두 크기의 구형이다.

 

    


 

정보화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은 업종이 부지기수다.

 음식점의 예를 들자면 SNS나 전파를 타고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손님들이 줄을 서고

 그렇지 못한 곳은 파리만 쫓다가 결국 문을 닫는 세상이 되었다.

이 정보화혁명은 인간의 삶에 국한하지 않고 생태계에도 놀라운 영향을 끼쳤다.


(남오미자 수꽃)

예컨대 어떤 식물이 어디에 좋다는 정보가 뜨면 오래지 않아 멸종에 이른다.

제주도에서 오미자 종류를 탐사하면서 보고 느꼈던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오미자, 남오미자, 흑오미자의 세 가지 오미자가 자생하는데,

오미자는 전국에 분포하고 예전부터 재배도 많이 해서 귀에 익은 식물이고,

남오미자는 남해안의 섬과 제주도에, 흑오미자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다.

남오미자는 남쪽지방에서 산다는 이름이고 흑오미자는 열매가 검다는 이름인데,

흑오미자는 제주 특산품으로 임금께 진상까지 했다는 기록이 숙종실록에 남아 있다.


한라산에만 산다는 흑오미자를 만나려고 몇 달이나 산자락을 뒤졌으나 헛수고였다.

하는 수 없이 과거에 약초를 캐던 사람을 소개받아 그를 앞세우고 찾아 나섰다.

그는 흑오미자를 많이 보았던 곳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 있게 앞장을 섰지만,

 몇 날 며칠 한라산의 여러 숲을 뒤져도 살아있는 덩굴을 찾아내지는 못하고,

캐간 흔적이나 술을 담그기 위해 줄기를 잘라가서 죽은 밑동만 무수히 보았다.


(남오미자 열매)

한라산에서 거의 사라진 흑오미자가 인터넷에서는 넘쳐난다.

 흑오미자 묘목이나 열매로 담근 술은 주문만 하면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인터넷 판매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흑오미자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 주변의 울타리나 야산에서 사람들이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남오미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지 흔하게 눈에 띄었다.


오미자五味子는 열매가 맵고, 시고, 짜고, 달고, 쓴 다섯 가지의 맛이 난다는 이름이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세 가지 오미자의 맛과 효능이 비슷하다고 한다.

어느 업소가 매스미디어나 SNS를 통해 소문이 나면 극단적인 쏠림이 나타나듯이

남오미자와 흑오미자도 그런 맥락에서 멸종과 번성의 상반된 운명을 맞은 듯하다.

 

2018. 12. 16.

    






(흑오미자 열매, 신용만님 사진) 

 

흑오미자

Schisandra repanda (Siebold & Zucc.) Radlk.

 

한라산 해발 600~1000m 사이의 숲에서 자라며 10m정도 덩굴을 뻗는다.

잎은 낙엽성이고 폭이 넓으며,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연녹색의 꽃이 핀다.

열매는 가을에 검푸른색으로 익고 이삭모양으로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