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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청미래덩굴의 독백

  

청미래덩굴

Smilax china L.

 

청미래덩굴과의 갈잎덩굴나무로 전국에 분포하나 남부지방으로 갈수록 흔하다.

단단한 줄기를 5m정도 뻗으며, 마디가 지그재그로 꺾이고, 단단한 가시가 있다.

4~5월에 새가지의 잎겨드랑이에 황록색꽃 10~25개가 우산모양꽃차례를 이룬다.






 

청미래라고 불러주어서 참 좋았어

그 이름대로 푸른 미래를 꿈꾸며 살았지.

하지만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어.

멋진 꽃을 피우고 싶었는데 볼품없는 자잘한 꽃이 달렸고

청포도 닮은 열매를 만들었지만 시큼떨떨하기만 했지.

 

이 나무 저 나무에 빌붙는 거지같은 놈이라거나

함부로 기어오르는 버릇없는 놈이라는 소리도 들었어.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어 오기가 발동했는지

줄기는 철근처럼 뻣뻣해지고 가시까지 돋치더군.

 

다행히 잎 하나는 쓸만해서 망개떡 장수들이 좋아했지.

사람들은 나의 잎으로 감싼 떡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향기가 좋다면서 옛날에는 많이들 사먹었거든.

떡장수 덕분에 지난 여름은 그럭저럭 보람이 있었어.

 

가을에 열매를 맛있게 익혀서 사랑받고 싶었는데

껍데기는 먹음직스럽게 붉어졌지만 속이 텅 비어버렸어.

빛 좋은 개살구나 속빈 강정처럼 껍데기뿐인 열매였지.

 

그래도 후회는 없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 왔거든.

별로 쓸모없는 놈이라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어.

제멋대로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더 좋은 삶이 또 있겠나.

내가 나를 속일지라도 언제나 푸른 미래를 꿈꾸며 행복했었어.

 

한 가지 미안한건 아무 나무나 닥치는 대로 타고 올라서

그 아이들이 많이 답답하고 귀찮았을 거야.

아무렴 세상에 신세지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나.

 

2018.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