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Paederia scandens (Lour.) Merr. var. scandens
꼭두서니과의 낙엽지는 덩굴로 중부 이남의 저지대에 분포하며 남부지방에 흔하다.
근처에 타고 오를 물체가 있으면 감고 올라가고 땅바닥에서는 줄기를 곧게 뻗는다.
7∼8월에 양성화가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리고 열매는 9~10월에 황갈색으로 익는다.
내가 예닐곱 살이 될 때까지 몇 년이나 나를 놀려먹은 이웃집 아저씨가 있었다.
산에 나무하러 갈 때마다 예쁜 토끼알을 주워다 준다고 해놓고 여러 번을 실망시켰다.
아이의 기다림과 인내가 한계에 이를 무렵 꿩알 몇 개를 토끼알이라며 주워다 주고는
며칠 후에 몰래 예쁜 토끼 새끼로 바꿔치기를 해놓았던 재미있는 아저씨였다.
생각해보면 계요등鷄尿藤이라는 식물의 이름은 바로 그 토끼알 같은 것이다.
계요등은 식물체에서 닭의 오줌 냄새가 나고 등나무와 비슷하다는 이름인데,
누가 닭이 오줌을 싸는 것을 보기나 했으며 하물며 그 냄새까지 어떻게 알겠는가.
닭 오줌은 대변에 섞여 나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
중국에서 쓰는 계시등鷄屎藤, 즉 ‘닭똥등’이 보다 사실에 가까운 이름이다.
일본 이름인 헤쿠소가주라ヘクソカズラ,屁糞葛도 ‘방귀 똥 냄새나는 칡’이고,
속명 ‘Paederia’도 악취를 의미하는 라틴어 paidor에서 유래하고 있어서
이 식물을 나타내는 이름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그 고약한 냄새에 닿아있다.
주로 줄기와 열매에서 나는 이 냄새는 식물체를 자극하지 않으면 거의 나지 않는데,
계요등을 침범하는 해충에 대한 자기 방어수단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쁜 꽃을 피우는 계요등은 오직 고약한 냄새만 부각되는 이름이 억울할 것이다.
이 식물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운데가 미세한 털로 어느 정도 차단되어 있다.
이 꽃의 꽃가루받이에 적절한 특정한 곤충만 입장시키려는 검문소 같은데,
어떤 곤충이 계요등의 중매장이 노릇을 하는지 관찰하지는 못했다.
추위에 약한 이 식물은 과거에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로 분포지가 점점 북상해서 근래에는 수도권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나저나 계요등을 만날 때마다 예전에 나를 놀려먹었던 토끼알 아저씨가 생각이 나고,
멋지게 복수를 할 만한 꾀도 낼 수 있는데, 그분은 이제 산자락에서 편히 잠들어 있다.
2018.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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