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거창한 출연자 등수국과 바위수국



    

















 

등수국

Hydrangea petiolaris Siebold & Zucc.

 

남해의 섬들과 울릉도의 숲에 자라는 수국과의 갈잎덩굴나무.

등나무처럼 높은 나무를 감고 20미터 정도 줄기를 뻗는다.

5월 중순부터 6월에 지름이 반 뼘 남짓한 편평꽃차례로 핀다.

 

    



 

어찌 보면 숲은 자연의 거대한 공연장과 같다.

온통 초록 일색인 무대는 커튼이 없는데도 출연자를 제대로 살펴 볼 수가 없다.

일 년 내내 계속되는 대자연의 공연은 조물주의 프로그램대로 배우가 등장한다.

어떤 출연자는 눈부신 새순으로 봄의 찬가를 부르고, 어떤 출연자는 예쁜 꽃으로,

또 다른 출연자는 화려한 단풍이나 아름다운 열매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숲의 무수한 공연자는 그들의 시간이 되기 전에는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다.


(등수국)


남해의 섬과 울릉도의 숲에 자라는 등수국과 바위수국은 거창한 출연자다.

이 식물들은 이미 오래된 덩굴로 높은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있다가

여름의 초입에 들 무렵 위대한 연출자의 각본에 따라 일제히 꽃을 피운다.

이 꽃들이 피면 알록달록한 유채색보다 순백의 화려함에 더 매료된다

 

수국의 꽃들은 섬세한 보석 공예처럼 아름다우나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진짜 꽃들의 둘레를 가짜 꽃으로 장식해서 곤충들을 불러들인다.

헛꽃이나 장식화라고 하는 이 꽃들은 진짜 꽃들이 수분을 마치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꽃자루를 회전시켜 땅을 본다.

식물이 결혼한 몸이라는 명확한 몸짓이 흥미롭다.


(바위수국)


등수국과 바위수국은 자라는 환경과 꽃 피는 시기가 같아서 함께 볼 때가 많고, 

몇 발짝만 떨어져 보아도 이 두 가지 식물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꽃이 피면 높은 나무줄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처럼 장쾌한 느낌이 들고,

한편으로는 거대한 나무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듯한 황홀감도 느껴진다.

녹음이 짙어가는 숲과 하얀 꽃은 멋진 색상대비를 이루어 눈이 시원해진다.

초여름 숲의 수퍼스타인 등수국과 바위수국에게 갈채를 보내며,

위대한 연출자인 조물주의 걸작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18. 9. 18.




  

바위수국

Schizophragma hydrangeoides Siebold & Zucc.

 

분포하는 지역과 전체적인 모습이 등수국과 아주 비슷하다.

등수국에 비해 잎이 약간 크고 톱니가 불규칙하며 거칠다.

5월 중순부터 6월에 지름 한 뼘 정도의 편평꽃차례로 피는데,

꽃차례 가장자리에 5~8개의 헛꽃이 한 장씩 돌아가며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