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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자랑스러운 이름 솔비나무



 
















솔비나무

Maackia fauriei (H.Lév.) Takeda

 

콩과의 갈잎큰키나무로 제주도의 습지나 하천 주변에서 10m 정도 높이로 자란다.

깃꼴겹잎의 작은잎이 6~8쌍으로 육지에 자생하는 다릅나무(3~5)와 구별된다.

7~8월에 길이 1cm 정도의 연한 황백색꽃이 한 뼘 길이의 총상꽃차례로 핀다.

    



 

솔비나무는 한라산 자락에서 가끔 만날 수 있고 아까시나무와 비슷하다.

솔비나무는 제주도에서 불러 오던 솔피낭이나 솔피나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솔피는 범고래의 옛말이거나 옷의 이음새인 솔기의 방언이기도 해서

이 나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여러 자료를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주도는 포구나 얕은 바다에 험한 암초가 많아서 튼튼한 배가 필요했고

그러한 배를 만드는 노하우도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었다.

암초에 웬만큼 부딪쳐서는 부서지지 않도록 뱃머리를 덧댄 배를 덕판배라고 하는데,

그 배의 판재나 용골은 제주도에서 구하기 쉽고 재질이 단단한 구실잣밤나무로 만들고

그 목재들의 연결부위는 섬유질이 많아서 질기고 유연한 솔비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옷의 솔피처럼 배의 솔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이 나무로 연결하였으니,

솔피낭, 즉 솔비나무의 이름은 상당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옷 솔기라는 의미의 연장선에서 솔피는 땅과 땅을 구획하는 간단한 표식의 뜻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솔비나무는 습지나 하천과 땅의 경계에서 자란다는 점이다.

그것은 공간적으로 그러할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습지가 단단한 땅으로 변해갈 때

가장 먼저 자리 잡는 지표식물 중의 하나가 솔비나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습지 주변이나 하천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 이 나무를 만날 수가 있다.



범고래의 옛 이름인 솔피率皮 역시 솔비나무의 이름과 크게 무관하지는 않다.

 범고래는 동작이 날래고 사냥솜씨가 뛰어나며 성질이 사나워 붙은 이름이다.

옛날의 해전에서 적선에 직접 부딪쳐서 배를 깨뜨리는 전술을 당파撞破라 했는데,

솔비나무가 들어간 조선의 배는 이 당파전에서 왜적의 배를 압도하였으므로,

바다의 왕자인 범고래, 즉 솔피와 이 나무로 만든 조선의 배도 의미가 통한다.


솔비나무에 대하여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보면 참 고맙고도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튼튼한 어선이나 화물선의 솔피로서 얼마나 많은 인명을 지켜내었을 것이며,

 왜적이나 몽골의 배와 싸우며 또 얼마나 많은 수군들의 생명을 지켜내었을 것인가.

오래된 이름 솔비나무에는 이렇게 깊은 역사와 함께 긍지가 배어있다.

 

2018.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