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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가을에 아름다운 말오줌때



 


















 

말오줌때

Euscaphis japonica (Thunb.) Kanitz

 

고추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로 서남해안과 도서지역, 제주도에 분포한다.

5~6월에 새가지 끝에서 지름 4mm정도의 꽃이 모여 달린다.

가을에 열매가 붉게 익으면 갈라져서 까맣고 반질반질한 씨앗이 보인다.

 

    


 

말오줌때는 줄기를 분지르면 말의 오줌 냄새가 나서 유래된 이름이다.

게다가 봄에 하얗게 피는 꽃차례는 힘차게 쏟아지는 말의 오줌줄기와 비슷하다.

실제로 줄기를 꺾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누린내나 지린내 비슷하기는 해도 

아무래도 식물의 냄새는 동물에서 나온 것보다는 거부감이 덜한 편이었다.

  

 

말오줌때는 말오줌대가 소리 나는 대로 된소리로 변한 이름으로 보인다.

남부지방에서는 이 나무가 주변에 흔한데다가 줄기가 곧고 굵기가 적당해서

고추나 가지의 버팀대로 흔히 쓰였을 법하므로 자연스레 말오줌대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말오줌때는 말이 많고 이 나무가 흔한 제주도에서 나온 이름인 듯하다.


말오줌때는 봄에 자잘한 흰 꽃이 필 때는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가을에 열매가 붉게 익어 벌어지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이 나무의 속명 Euscaphis는 그리스어로 좋다는 뜻의 eu와 쪽배를 뜻하는 scaph의 합성어로,

열매 껍질이 쪽배를 닮은 삭과朔果이므로 결국 열매가 아름답다는 뜻이 된다.



말오줌때의 꽃과 열매는 중장년과 노년이 아름다운 사람에 비유할만 하다. 

꽃다운 나이에는 번민으로 방황하거나 입시나 취직준비에 젊음을 소진하기도 하고,

지금 나이가 지긋한 세대는 어지러운 나라 사정에 암울한 청춘을 보내기도 했다.

아쉽고 안타까운 청년기를 보낸 이들은 늦여름부터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말오줌때의 열매를 보면서 위안과 희망을 얻지 않을까.


말오줌때의 열매는 붉은 껍질이 꽃처럼 벌어지며 까맣게 빛나는 종자를 달고 있다.

그것은 노년에도 여전히 식지 않은 열정과 성숙하여 빛나는 지혜와 같지 않은가.

이 나무에 이런 좋은 의미를 걸어놓고 보면 말오줌때라는 이름이 영 마뜩찮다.

속명대로 아름다운 열매나 좋은 열매의 의미를 그대로 살려서,

아름다울 가, 열매 실자를 써서 가실목으로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018.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