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락님 사진)
너도밤나무 참나무과
Fagus engleriana Seemen ex Diels
울릉도의 산지에서 큰 군락을 이루며 높이 25m정도의 거목으로 자란다.
밤나무 잎과 비슷하나 잎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고 잎맥은 9~14쌍이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1.5cm정도의 세모꼴이다.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다.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같은 참나무과이지만 잎을 빼놓고는 별로 닮지 않았다.
밤나무의 잎가장자리가 날카로운 톱니인 것에 비해 잎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고,
밤나무보다 두 배 넘게 높이 자라며 열매는 자잘하고 종자는 삼각뿔 모양이다.
이 나무의 이름과 울릉도에서 살게 된 유래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법하다.
(너도밤나무의 암꽃(왼쪽)은 위를 향하고 수꽃(오른쪽)은 아래를 향한다. 이우락님 사진)
어린 율곡이 집 앞에서 놀고 있을 때 지나던 스님이 ‘아이가 호랑이에게 잡혀갈 상이니,
밤나무 천 그루를 심되 하나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야 호환을 면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호랑이가 와서 밤나무를 세어보니 두 그루가 말라 죽어있었다.
그 때 한 나무가 ‘나도 밤나무’라고 나섰고, 옆에 있는 나무보고
‘너도 밤나무’라고 하라고 시켜서 율곡이 호환을 면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호랑이의 절친한 친구인 산신령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괘씸해서
나도밤나무는 제주도로, 너도밤나무는 울릉도로 귀양을 보냈다.
(너도밤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울릉도 나리분지)
얼떨결에 너도밤나무가 된 이 나무는 본의 아니게 울릉도로 쫓겨 왔다.
울릉도가 살기에 좋았던지 나리분지와 태하령 등 여러 곳에서 큰 숲을 이루었고
해발 984미터나 되는 성인봉 정상부근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아름드리 너도밤나무가 울창한 숲 그늘에는 큰두루미꽃, 섬노루귀, 윤판나물아재비, 큰연영초,
명이나물처럼 잎이 넓고 부드러운 풀꽃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야생화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개종용도 너도밤나무 숲 아래서 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부생식물이다.
(너도밤나무의 어린 싹들 사이에 자라는 개종용)
울릉도의 숲은 우리나라의 어느 숲보다도 순하다.
울릉도에는 네발 달린 초식동물이 없어서 식물이 가시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엉겁결에 율곡의 목숨을 구한 죄로 울릉도에 온 이 나무는 큰 복을 받았나 보다.
봄마다 어린 싹들이 울릉도의 숲 바닥에서 축복처럼 무수히 올라오니 말이다.
2019.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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