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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제주의 꽃 참꽃나무


















참꽃나무  

Rhododendron weyrichii Maxim.

 

진달래과의 갈잎떨기나무로 한라산 낮은 지대에서 중간 높이 사이에 자란다.

8m 정도까지 자라고, 잎은 가지 끝에서 3장씩 돌려나며 마름모꼴에 가깝다.

5월 초순에 지름 4cm정도의 홍자색 꽃 1~3개가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참꽃나무는 화사하다는 표현이 무척 어울리는 꽃이다.

화사하다라는 형용사는 사전에 화려하게 곱다라고 뜻풀이가 되어있다.

그런데 화려하다’는 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곱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화사하다의 뜻풀이는 그 속뜻을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막연한 느낌으로는 화사하다는 말은 이미 마음까지 밝아진 상태가 내재한 듯하다

 

흔히 참꽃이라고도 부르는 진달래는 볕이 잘 드는 건조한 비탈에 자라지만

참꽃나무는 그늘진 계곡이나 어두운 숲에서 꽃 피므로 더욱 화사하게 느껴진다.

제주도의 속살은 온통 검은 색이다. 섬 자체가 거의 검은 돌로 이루어진 까닭이다.

게다가 온난다습한 기후가 숲을 무성하게 만들어 제주의 숲은 어두컴컴하다.

검고 어두운 땅에서 화사하게 피는 꽃은 제주 사람들의 기분을 밝게 해 주고,

그 어느 꽃보다도 사랑스러우니 이 꽃이 제주도의 꽃이 된 까닭을 알 듯도 하다.



제주도는 삼국시대에는 탐라국이라는 독립국으로 백제, 신라와 대등하게 통교했으나

고려에 들어서는 고려왕으로부터 탐라 군주로 책봉을 받는 속국의 지위가 되었다가,

조선 초기에는 완전히 병합되어 제주목사가 중앙에서 파견되었다.

인재 등용에는 소외되었고 제주도 특산물에 대해서는 무리한 공납을 요구했다.


그러한 변방의 역사는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져 급기야 폭정에 이르게 된다.

제주 역사상 최대의 비극인 4.3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발단이 된 듯하다.

어둡고 깊은 숲에서는 토벌의 미명하에 잔인한 살육이 무수히 있었으리라.

제주의 현무암은 그 험난하고 아픈 역사처럼 거칠고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제주도는 역사적 위로와 치유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땅에 봄이 오면 참꽃나무가 밝은 연두색 잎을 내면서

주황과 분홍과 붉은색이 묘하게 어우러진 화사한 빛의 꽃을 피운다.

비탄과 한이 응어리진 제주인의 가슴에 진정 위로가 될 만한 꽃이다

 

 

2018.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