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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왕벚나무 백년 논쟁의 결말



 














왕벚나무      

Prunus yedoensis Matsum.

 

한라산 해발 450~900m의 낙엽활엽수림대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큰키나무.

3월 하순에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며 꽃의 지름은 3cm정도로 큰 편이다.

보통 벚나무 꽃과는 달리 꽃자루, 암술대, 씨방에 털이 있다.

 

    

 

벚나무는 한국인들에게 복잡한 정서가 교차하는 나무다.

벚꽃이 찬란하게 봄을 장식할 때 벚꽃길을 걸으며 황홀경에 빠지다기도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라느니, 일제 때 심은 것이라느니 시비를 걸기도 한다.

이런 정서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나라의 벚나무가 과연 순수한 토종이냐,

일본인들이 그들의 혼을 이 땅에 심은 것이냐 하는 논란도 적지 않았다.

  

천연기념물 159호 봉개동 왕벚나무


특히 한라산의 왕벚나무는 오랫동안 혈통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름에서도 짐작되듯이 왕벚나무는 꽃이 크고 풍성해서 벚나무의 왕이라 할만하다.

벚꽃을 그들의 상징처럼 여기는 일본인들에게 왕벚나무는 당연히 일본산이어야 했다.

1908년에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타케신부가 이 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하자

일본 왕벚나무의 원조는 제주에서 건너갔다고 한국 학자들이 은근히 뻐긴 듯하다.

그러나 일본 학자들은 일본에는 수백 년 전부터 자생하고 있었다며 반론을 제기했고,

광복과 6.25의 혼란기를 치르며 자생지를 잃어버린 한국측이 움츠러 들기도 했다.

 

1962년에 한라산에서 자생지가 다시 발견되자 왕벚나무의 제주 원조설이 또 힘을 얻었다.

그런데 근래에 국립수목원 주도하에 유전체 분석을 해 본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완전히 다른 종으로 판명되었다는 요지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이 논문대로라면 110년이나 묵은 논쟁이 아주 싱겁게 끝난 것이다.


(왕벚나무의 꽃은 씨방과 암술대 밑동에 털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제주의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母系)로하고 벚나무나 산벚나무가 부계(父系)

자연교잡종으로, 부모 세대에서 나타나지 않은 우수한 형질이 발현된 잡종강세의 사례라고 한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요시노 벚나무로 부르는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고

오오시마 벚나무를 부계로 해서 수백 년 전에 인위적 교배를 통해 만든 잡종이라고 한다

 

사실 나무에 국적이 어디 있겠는가.

식물들이야말로 수백 수천만 년 전부터 해류나 바람을 타거나 철새들의 발에 묻어

종자가 퍼지고 풍토가 맞는 곳에 정착한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던가.

아무튼 최근 연구의 결과로 세기를 넘겨온 원조 논쟁이 끝났니 다행이다.

왕벚꽃이 다시 피는 새 봄에는 심란한 마음 없이 벚꽃잔치를 즐길 수 있겠다.

 

2018. 9. 14.

  




  

올벚나무

Prunus pendula f. ascendens (Makino) Kitam.

 

올벚나무는 꽃 하부의 씨방이 항아리처럼 부풀어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잎은 거꿀달걀모양으로 끝이 좁아져서 뾰족하다.

3월 하순에 잎이 연두빛으로 나올 때 꽃이 피며 꽃의 지름은 2cm 정도이다.

제주도와 거제도, 무등산, 두륜산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