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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이중섭이 그렸던 멀구슬나무

















멀구슬나무

Melia azedarach L.

 

온난한 지방의 들이나 마을 주변에 자라는 멀구슬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10m정도 자라고, 5~6월에 지름 1cm 정도의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로 핀다.

작은 대추 모양의 열매는 10월부터 노랗게 익어 새들의 먹이가 된다.

    

 

 

파란 겨울 하늘을 이고 있는 노란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걸음을 멈추자 겁먹은 직박구리가 열매 하나를 물고 달아났다.

열매 하나를 주워 맛을 보았더니 약간 떫었지만 새콤달달했다.

가난했던 시절에 아이들이 군것질거리로 먹기도 했다는 멀구슬이다.



열매에서 먹을 수 있는 건 겉껍질뿐이고 그 속에는 굵은 알갱이가 있다.

절에서는 이 알갱이로 염주를 만들었으니 꽤나 크고 단단한 나무구슬이다.

멀구슬은 나무구슬 즉, 목구슬이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일리가 있다.


옛사람들은 이 나무 열매와 껍질의 구충과 항균효과를 알고 있었다.

중국의 약전에는 2천 년 전부터 구충제로 써온 기록이 있고,

제주도에서는 열매를 옷장에 넣어 방충제로 쓰고 껍질 삶은 물로 피부질환을 치료했다.

근래에는 이 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여드름이나 피부염 치료제를 생산하고,

이 나무의 살균해독성분을 이용하여 친환경살충제를 개발하였다는 연구도 있다.


(6.25때 이중섭이 피난와서 머물렀던 집 앞의 멀구슬나무)


약효뿐만 아니라  성장이 빠르고 재질이 단단하며 무늬가 아름다워서

가구나 악기를 만들기도 하고 건축 내장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예로부터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장농을 해주려고 오동나무를 심었다는데, 

제주도에서는 오동나무가 풍토에 맞지 않는지 멀구슬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화가 이중섭은 6.25때 서귀포로 피난 와서 초가집 곁방에서 일 년 정도 살았다.

그가 머물던 집 마당에 멀구슬나무 한 그루는 지금도 풍성한 열매를 달고 있고

그가 살았던 무렵의 주인집 며느리는 지금도 거기에 살고 있는데 중섭은 가고 없다.

그 집 뒤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는 집 앞 멀구슬나무가 있는 그의 그림이 있다.

오래된 나무는 그렇게 역사의 증인이 되어 그가 살던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중섭이 집 뒤에서 그린 그림, 멀구슬나무와 섶섬이 보인다 ) 


사람들은 이 나무로 약과 가구와 악기를 만들었고 화가는 그림에 이 나무를 품었다.

아무런 기술이나 재주가 없어도 그 보다 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오월의 신록과 함께 피어난 연보라 꽃을 보고 창조주의 솜씨에 감동하며,

가을 푸른 하늘 아래 영그는 노란 구슬에서 소소한 행복을 일구어내는 이들이다. 

 

2018.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