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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큰키나무

찬란한 봄의 교향악 목련


















목련

Magnolia kobus DC.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자락에서만 드물게 자생하는 목련과의 갈잎큰키나무.

3월 하순에 향기가 짙은 꽃이 피고, 꽃 밑에 작은 잎 1~2개가 같이 나온다.

약간 오므린 모양으로 피는 백목련의 꽃과 달리 목련의 꽃은 활짝 펼쳐진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박목월 님이 노래말을 쓰고 김순애 님이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첫 구절이다.

목련꽃은 이 노랫말의 빛나는 꿈의 계절,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 4월을 여는 꽃이다.

박목월 선생은 여고 교사 시절에 교정에 핀 목련화를 보고 사월의 노래를 썼고,

청춘에 이 노래를 배운 세대에게 목련과 사월과 학창시절은 정서적 유대가 있을 터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흔히 보고, 목련으로 부르는 것은 정명이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중국 남부에 자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수나 조경수로 심어 기른다.

토종 목련은 한라산자락의 꽤 높은 숲에서만 드물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다.

백목련은 꽃이 찻잔 형태로 소담하게 피고 목련은 꽃잎을 활짝 열어 재낀다.

백목련은 녹색의 잎이 나오기 전에 순백의 꽃들만 피어서 웨딩드레스 같은 느낌이 들고,

목련은 꽃받침 바로 아래에 한두 장의 녹색 잎을 달고 나와서 색상이 조화롭다

 

한라산 자락에서 백 살이 넘어 보이는 거대한 목련을 만났을 때 그 장관에 압도되었다.

아득히 높은 수 천 수 만 가지 끝에 대지의 봄기운을 끌어올려 꽃 피운 봄의 찬가였다.

수많은 하얀 나팔들이 푸른 하늘을 향해 일제히 환희의 노래를 불어대고 있었다.

정원에서 피는 백목련이 우아한 현악사중주라면 야생의 목련은 장엄한 교향곡이다.



백목련과 목련이 다른 나무이기는 해도 시와 노래에서는 그냥 목련일 뿐이다.

과학은 우리에게 분별력과 지혜를 요구하나 문학과 음악은 감동과 행복을 준다.

한라산 자락에 목련화가 흐드러질 때 그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어도 좋고,

엄정행의 오 내 사랑 목련화야~~’를 흥얼거리며 봄을 즐길 일이다


2018.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