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윤판집 앞에서 만나고 싶은 윤판나물

 



윤판나물

Disporum uniflorum Baker

 

산이나 들의 숲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잎은 어긋나고, 윤기가 나며, 잎자루는 거의 없다.

4~6월 개화. 꽃은 줄기 끝에서 1~3 송이가 밑을 향해 핀다.

꽃의 길이 2.5cm 가량.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한다.

[이명] 금윤판나물, 대애기나리, 큰가지애기나리

 

(이상옥 님 사진)



 

 

 

계절의 여왕 오월에는 산과 들에 축복이 넘친다.

이른 봄의 새싹들은 유년을 지나 청춘처럼 약동한다.

이 시기에 윤기 번쩍이는 무성한 잎 사이로 살짝 감춘 듯한

노란 꽃을 피우는 윤판나물은 더욱 생명력이 넘친다.

 

윤판나물이라는 이름을 처음 대할 때 무척 귀에 설었다.

친하게 지내보려고 윤판서 대감으로 불러도 보았다.

잎에 윤기가 나서 ‘윤판’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끝내 스스로 만족할만한 내력을 짐작해내지 못했다.

식물이라도 그 이름의 의미가 닿지 않으면

제대로 통성명이 될 때까지 나는 서먹서먹하다. 

 

언젠가 지리산 자락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분으로부터

그 지방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서

윤판나물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생겼다.

귀틀집은 통나무를 격자형으로 쌓아서 벽을 만들고

그 틈새를 흙으로 메워서 지은 집이다.

 


                                                                                                                              (이상옥 님 사진)

 

논이 있는 들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에서는 볏짚을 구하기가 어려워

주변에 흔한 통나무로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판집의 지붕은 굵은 나무를 판자처럼 쪼개서 기와대신 덮었다.

윤판이란 그 지붕을 기와처럼 덮었던 판자에서 나온 말로 짐작이 되고,

윤판나물의 꽃을 'ㅅ'자로 감싸고 있는 잎도 지붕모양을 닮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윤판나물' 이름의 내력을 짐작할 다른 방도가 없다.

 

경남 산청의 지리산 자락 깊고 깊은 산골에

윤판집이 두어 채 남아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꼭 한 번 찾아보리라 벼르던 것이 이미 몇 해가 훌쩍 지났다.

윤판집 앞에서 윤판나물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

 

2012. 11. 13.에 쓰고 2017. 1. 2.에 고쳐 쓰다. 

 

 

 

 



윤판나물아재비

Disporum sessile D.Don

 

온난한 지역의 숲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줄기는 곧추서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5~6월 개화.

꽃은 끝이 녹색을 띠는 흰색으로 길이는 2.5cm정도이다.

제주도와 울릉도에 자생하나 울릉도에 더욱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