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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름 당개지치



  당개지치

Brachybotrys paridiformis Maxim. ex Oliv.


산지 숲 속 반그늘에 자라는 지치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cm 정도.

가지를 치지 않으며 곧게 서고 털이 있다. 4~6월 개화.

지름 10정도의 꽃이 잎 사이 줄기에서 뻗어 나와 아래를 향해 핀다.

전북 이북에 주로 분포하며 남부지방에도 드물게 자생한다.

 

 




 

군대가 형편없는 일을 저질러 언론의 질타를 받는 일이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세간에서는 이 무슨 당나라 군대인가...’라는 말들을 하는데,

농담 정도로 여겼던 표현이 어느새 인터넷사전에 버젓이 올라가 있었다.

이 말은 오합지졸의 군대라는 의미로 지기만 하는 군대나 군기가 빠진

병사나 장수들을 비유하는 표현이라고 그럴듯한 뜻풀이까지 나와 있었다.

 

모르기는 해도 이 말은 우리 역사상 가장 강성한 나라였던 고구려 때

압도적 병력으로도 당하기만 했던 당군(唐軍)을 업신여기는 표현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사람들은 그들의 역사에서 당나라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중국 최고의 황금시대로 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의 식물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당개지치, 당잔대, 당아욱, 당분취, 당단풍 등 으로

시작되는 10여 종의 식물에 나오는 이 바로 나라를 의미한다.

일본의 식물명에는 당(とう)으로 시작되는 것이 더 많이 있다.

 

이런 접두사를 붙여 식물의 분류를 세분한 것은 근세 이후일 것이고,

이러한 식물들이 당나라에서 전래되었다는 기록도 없을 터인데

우리나라와 일본이 하필 당을 갖다 붙였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식물들이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면 다른 시대의 중국 왕조인

, , , , , 청 등의 접두사는 왜 하나도 쓰지 않았을까.

 

거북한 이야기지만 20세기 전반, 우리나라 근대식물학의 태동기에

일본의 식물 이름을 참고한 것이 많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일본 식물명에 붙은 수많은 을 그대로 가져왔을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식과는 달리 일본 사람들은 중국인들처럼

당나라를 중국을 대표하는 왕조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 싶다


  

당개지치가 중국에서 들어온 식물이라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면

미국쑥부쟁이 같은 이름처럼 중국개지치로 불러주면 될 것이고,

외국에서 들어온 수많은 식물의 이름마다 원산지를 밝히지 않거니와

지치류 중에서 꽃이 가장 돋보이므로 꽃지치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봄마다 반갑게 만나야 할 식물의 이름이 조금은 불편한 까닭은

내 생각이 부질없이 복잡하거나 편협한 탓일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왜색이 짙은 이런 식물의 이름들은

한번쯤 다시 짚어서 훌훌 털고 갔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2016.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