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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귀여운 여인을 닮은 병아리난초


 


병아리난초

Amitostigma gracilis (Blume) Schltr.

 

숲속, 계곡의 습한 바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난초.

높이 7~30cm. 뿌리는 덩이모양이고, 줄기는 가늘며, 잎은 1~2장이다.

6~8월 개화. 4~8mm의 자잘한 꽃 10~20개가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귀여운 여인은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홉(1860~1904)의 대표적 단편이다.

읽은 지 40년이 지나도 주인공 올렌카의 이미지와 소설의 줄거리와

그 감동이 생생한 걸 보면 새삼 명작 중에서도 백미라는 생각이 든다.

 

귀여운 여인 올렌카는 사랑이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는 불운하게도 연극을 상연하는 극장주였던 첫 남편과 사별하고

목재상을 하는 두 번째 남편도 결혼 6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세 번째 사랑하게 된 남자는 군대의 수의관이었는데

그 마저 근무지를 옮기자 생기를 잃은 꽃처럼 갑자기 늙어가게 된다.



그녀는 세 남자를 사랑하는 동안 그들의 직업마저 자신의 것인 듯

극장 경영자가 되었고 목재의 전문가가 되었고 수의사가 되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완전히 몰입하여 동화되었고 헌신했다.

그녀의 사랑은 수의관의 아들인 사샤에 대한 모성애로 귀결된다.

사랑은 그녀에게 있어 생명에너지의 원천이었고 존재의 이유였다.

 

병아리난초를 보면서 귀여운 여인이 떠오르는 까닭은

단순히 이 난초가 귀엽고 작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난초는 주로 축축한 바위 위의 흙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바위난초일본에서는 아가씨바위란’(姬岩蘭)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 난초는 숲의 습한 바위 위는 물론이고,

높은 산의 능선이나 바닷가 솔밭의 모래땅에서도 잘 자란다

 

(심선조님 사진) 

귀여운 여인 올렌카에게 사랑이라는 강한 생명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연극인으로, 목재상으로, 수의사로 변신할 수 있었고

마침내는 완전하고 헌신적인 모성애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병아리난초는 바로 그런 점에서 귀여운 여인을 닮은 것이다.

 

이 작은 풀꽃이 그늘과 볕과 모래땅과 바위 위 그 어느 곳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강한 사랑은 그 어떤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작고 귀여운 난초에서 위대한 사랑의 힘을 보게 된다.

 

2016. 11. 11.

 

 





 

구름병아리난초

Gymnadenia cucullata (L.) Rich.

 

높은 산 숲속이나 산비탈 경사지에서 자란다. 높이 10~25cm.

아래쪽 2장의 잎이 크고 간혹 검은 점이 나기도 한다.

7~9월 개화. 5~7mm의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달린다.

전국의 높은 산과 백두산에 드물게 분포하며,

구름이 머물만한 높은 산에서 자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잎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은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라고 한다.

 

(이주용 님 사진,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