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나물 중의 진짜 나물 참나물


 


참나물

Pimpinella brachycarpa (Kom.) Nakai

 

산지의 숲속에서 자라는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80cm.

줄기와 잎에 털이 없다. 뿌리잎은 길고 줄기잎은 위로 가면서 짧아진다.

잎은 3출엽이고 작은잎은 달걀모양으로 작은 톱니가 있다. 6~8월 개화.

가지 끝에 겹우산모양꽃차례로 각각 13개 정도의 꽃이 핀다.

 

 






 

80대 전후인 나의 고모와 숙부는 산에만 가면 10대가 된다.

해마다 나물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나물을 하러 다니시는데

이분들 말씀으로는 먹으려기보다는 재미로 뜯는다고 한다.

근래에 몇 번은 나의 가족들을 데리고 나물 산행에 따라갔더니

나물을 뜯기는커녕 험한 산에서 노인들을 따라가지도 못했다.


우리 식구들은 중간에서 적당히 노닥거리며 도시락이나 까먹고

돌아올 때 어른들이 뜯은 나물만 선물로 듬뿍 받아오는 정도였다.

이분들에게 얻어먹은 산나물 중에서 단연 참나물이 으뜸이었다.

양도 많았을 뿐더러 식감이 부드러웠고 맛과 향이 좋았다.

 

인터넷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나물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국명을 기준으로 나물이 붙은 153가지나 되는 식물명이 뜬다.

그 목록 중에서 요즘 보편적으로 먹는 나물, 보다 객관적 기준으로

시장에서 파는 나물은 내가 아는 한은 참나물과 돌나물밖에 없다.

이명이나 향명까지 쳐도 취나물(참취), 명이나물(울릉산마늘),

삼나물(눈개승마) 등으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우락 님 사진)  

이렇게 이름으로만 보자면 참나물은 대단한 나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수많은 나물 중에서 진짜 나물이라는 이름이기도 하다.

나머지 나물이 들어간 이름의 식물들은 먹어서 탈은 나지 않으므로

맛은 없어도 흉년에는 그거라도 먹고 굶주림은 면하라고

조상들이 붙여놓은 식용가능 식물이라는 의미밖에 없다.

 

참나물은 이름 뿐만 아니라 향기나 맛에서도 최고의 나물이다.

우선 식물체에 털이나 가시가 없어 조리에 편하고 식감이 부드럽다.

다른 나물들은 약간의 독성이이나 쓴 맛이 있어서 우려내거나 데치거나

말려서 먹어야 하지만 참나물은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 어떤 나물도 참나물의 독특한 향과 아삭한 식감을 흉내 낼 수 없다.

 

집안 어른들이 산에서 나물을 뜯을 때는 청춘으로 돌아간다.

그분들은 나물보다는 6, 70년 전의 추억을 뜯고 있는 것이다.

그 때 같이 산에 다니던 어릴 적 친구들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새 당신들의 나이도 잊은 채 나물 한 짐을 채우곤 했다.

그분들의 나물 뜯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2016.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