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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깊은 숲 산중에서

뻐꾸기 새끼와 뻐꾹나리의 개화

 




뻐꾹나리

Tricyrtis macropoda Miq.

 

숲의 약간 습한 땅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잎 아랫부분이 원줄기를 감싸며 가장자리에 미세한 톱니가 있다.

7~9월 개화. 지름 3cm정도의 꽃이 줄기 끝부분에 2~3개씩 달린다.

[이명] 뻑꾹나리(북한명)

 

 

 

 

 


 

뻐꾹나리의 꽃은 한번쯤은 유심히 봐줄만한 재미가 있다.

덩치가 큰 뻐꾹나리 한 포기에서는 꽃이 피는 순서에 따라

대여섯 가지 정도의 다른 꽃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꽃봉오리는 하늘을 향해 발사하려는 작은 로켓 모양이다.

이 봉오리는 ‘외화피’라고 하는 세 조각의 껍질로 싸여있다.

뻐꾹나리는 꽃술들이 꽃잎을 밖으로 밀어젖혀서 꽃을 피운다. 

꽃에는 외화피와 내화피가 각각 3 장, 수술 6 개, 암술 1 개가 있다.

암술머리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세 갈래로 갈라져있고,

각 갈래는 다시 Y자로 갈라져서 암술머리도 6갈래가 된다.


수술 세 개와 암술 갈래들은 외화피 세 장을 밖으로 밀어재낀다.

각 암술 갈래의 Y자 가랑이 마다 수술이 한 개씩 끼어들어 

협력하여 외화피 한 장씩을 열어젖히는 셈이다.

그 일에 참가하지 않는 나머지 수술 세 개는 내화피 석 장을 맡는다.

내화피는 부드러우므로 수술 한 개씩의 힘으로 젖혀진다.



외화피를 밀어재낀 암술 세 가닥이 위로 뻗쳐 성숙하는 동안 

수술 여섯 개는 꽃밥을 늘어뜨리고 바로 손님을 받는다.

벌이나 팔랑나비들이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서 다른 꽃으로 날아가면

수술은 가벼워져 올라가고 성숙한 암술이 뒤로 말리듯 내려와서

다른 꽃의 꽃가루를 가져올 벌과 나비를 기다린다.

이렇게 여섯 개의 수술이 있던 위치에 시간차를 두고 여섯 가닥의

암술이 내려오므로 곤충이 오면 같은 위치에서 다른 꽃가루를 받게 된다.  

 

뻐꾹나리의 꽃잎에 있는 자주색 무늬가 뻐꾸기 앞가슴 무늬를 닮아서

‘뻐꾹나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출처를 알 수도 없거니와 별로 공감이 가지가 않았다.

이름의 유래는 알 수가 없으나 개화하는 모습은 뻐꾸기 새끼가 하는 짓과 닮았다.



뻐꾸기는 자기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가져다 놓고, 

 그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의 새끼는 눈도 뜨기 전에 본능적으로

둥지 주인의 알들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아래로 떨어뜨린다.

뻐꾸기 새끼는 등죽지에 다른 새의 알을 끼워 떨어뜨리고

뻐국나리는 Y자 모양의 암술사이에 수술을 끼워 힘을 합쳐

외화피를 밀어 젖히는 모습이 너무 닮은 것이다.


 


2013. 3. 9.에 쓰고 2016. 12. 31.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