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어린 담배 일꾼의 추억 우단담배풀


 



우단담배풀

Verbascum thapsus L.

 

길가나 풀밭에 자라는 현삼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2m.

줄기 전체에 갈라진 털이 밀생하여 우단처럼 부드럽다.

잎은 긴 타원모양이고 두껍우며, 담배 잎과 비슷하다.

6~8월 개화. 수상꽃차례로 꽃차례의 길이는 50cm 정도이다.

 

 

 





 

우단담배풀은 불교사원의 높은 첨탑처럼 자라는 식물이다.

이 식물을 보면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 10층 대리석 석탑이나

중앙박물관에 있는 고려 경천사지 석탑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

넉넉한 잎들이 곧은 줄기를 감싸며 탑신과 같은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곧게 솟은 긴 꽃차례에 노란 꽃들을 피워 올리며

어른 키를 넘게 자라는  이 식물은 이국적이기도 하다.

 

우단담배풀은 고향인 유럽에서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왔다고 한다.

이 식물은 '귀화식물 연구의 선구자'인 전의식 선생(1930~2013)

이름을 붙여서 1992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누가 보더라도 예쁘다는 소리를 듣지는 못할 듯한 우단담배풀은

관상용으로 들여왔기 보다는 사료작물에 묻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30여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왔으리라고 짐작되는 이 식물이

아직은 그리 흔히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면 일단은 고마운 일이다.

왜냐하면 소위 귀화식물로 분류되는 식물 중에는 가시박, 돼지풀,  서양금혼초,

애기수영, 서양등골나물처럼 급속히 번지는 골치 아픈 녀석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단담배풀은 아직은 귀한 편이지만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 골고루

지점을 설치한 듯 발견되어서 먼 길을 가지 않아도 볼 수가 있다.

    

 

우단담배풀은 현삼과의 식물로, 잎과 줄기에 솜털이 빽빽이 나 있어서

우단처럼 부드럽고, 잎은 담배의 잎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할아버지의 담뱃대를 닮았다는 담배풀은 국화과의 식물이고,

피우는 담배의 원료가 되는 작물인 담배는 가지과의 식물이어서

이름만 비슷할 뿐, 식물분류계통으로는 우단담배풀과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단담배풀은 담배농사의 추억을 불러낸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담배농사가 소득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어서

나는 온 식구가 달라붙었던 담배농사의 어린 일꾼이었었기 때문이다.

담배 농사는 봄에 모종을 하고, 여름에 한 열흘씩 간격을 두고

너댓 차례 잎을 뜯어서 건조실에 불을 때서 말린 다음,

겨울에 잎 등급별로 묶고 포장해서 연초조합에 내다 팔 때까지

일년 내내 일손이 많이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비록 어렸지만 이 담배를 팔아 내 옷을 사주고 학비를 대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어서는 공부를 핑계로 농사일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여름 방학 때 담배잎을 뜯고, 겨울에는 마른 담배잎 묵는 일 거들면서

그때 벌써 니코틴 중독이 되었는지 지금도 담배냄새가 구수하다.

  

  

2016.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