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백령풀 이름의 특별한 의미


 


백령풀

Diodia teres Walter

 

바닷가나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꼭두서니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잎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싼다.

7~ 9월 개화. 꽃부리의 길이는 4~6mm로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백령도에서 최초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백령풀은 우리나라 서북단의 섬 백령도에서 처음 발견된 풀이다.

이 식물이 발견된 1970년대에는 취미로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육지에 자라고 있었더라도 알려지지 않았겠으나,

지금은 많은 꽃벗들이 육지의 여러 곳에서 이 풀을 찾아내고 있다.

 

이 풀은 주로 해안 지역에서 자라지만 내륙에서도 발견되고 있고,

동해안까지 널리 분포하므로 백령풀이라는 이름은 별 의미가 없다.

더구나 백령풀이나 변산바람꽃처럼 특정 지명이 붙은 식물이

온 나라에 광범위하고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면

충분한 연구나 분포지 조사를 하고 발표를 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령풀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

동해 바다 멀리 있는 울릉도에는 울릉이나 우산이 붙은 식물들이 있고

남쪽 제주도의 식물 이름에는 제주, 탐라, 영주, 한라가 붙은 것들이 많다.

제주도는 빠른 뱃길로 두 시간, 울릉도는 두 시간 반이면 갈 수 있으나

백령도는 뱃길 228km를 네 시간이나 가야하는 멀고도 외로운 섬이다.

백령풀이 백령도에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서북단에 있는

작은 섬을 상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이름이다.

 

백령도는 작지만 군사전략적인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곳이다.

이 섬을 발판삼아 바로 앞 장산곶에 상륙하면 평양까지 쉽게 갈 수 있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야수의 심장 가까이 비수를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고,

적의 눈에는 가시 같아서 언제라도 제거해버리고 싶은 곳이다.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에 있는 우리 해병대의 20배나 되는 북한군을

이 섬들을 마주한 황해도에 묶어놓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

 

평화로운 육지에서 유유자적하며 이 백령풀을 만날 때마다

그 외롭고 위험한 섬을 지키는 군인들과 그곳의 사람들이 생각난다.

백령풀은 비록 작고 여린 풀이지만 그 이름이 주는 의미는 크다.

 

2016. 11. 24.

 

 

 



 


큰백령풀

Diodia virginiana L.

 

양지바른 풀밭에 자란다. 높이 10~60cm.

줄기는 비스듬히 누워 자라며, 잎은 양면에 털이 없다.

7~9월 개화. 꽃부리의 길이는 4~6mm

잎겨드랑이에 1~2개 달리며 오후에 꽃을 닫는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전남 일부 지역에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