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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사람은 환장덩굴, 동물은 환상덩굴

 



환삼덩굴

Humulus japonicus Sieboid & Zucc.

 

들과 빈 터에 나는 삼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길이 5m 정도.

줄기 전체에 밑을 향한 자잘한 가시가 있고 잎은 마주 난다.

5~10월 개화. 암수딴그루, 수꽃은 원추꽃차례로 위로 솟고

암꽃은 이삭꽃차례로 아래로 처진다.

[이명] 범상덩굴,  한삼덩굴(북한명), 갈강가시

 

 

 



“환삼덩굴이 아니라 환장덩굴이랑께....”

환삼덩굴이 밭에 번져서 고생하는 어떤 농부의 푸념이다.

도시의 공원이나 녹지를 관리하는 사람들도 환장을 하는 모양이다.

이 덩굴 때문에 도시생태계가 시민들이 바라는 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 식물이 번지기 시작하면 자연 초지를 온통 제 세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식물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환삼덩굴이 미움을 받는 까닭은 사람의 삶을 고단하게 하고,

별로 볼품이 없는 식물이 지나치게 번식력이 강해서

사람이 어여삐 여기는 식물들을 못살게 하기 때문이다.

또 이 덩굴이 피부를 스치면 피가 나고 상처가 오래 간다.

 

가끔 환삼덩굴에 대해 대대적 토벌작전도 벌이지만,

일회성으로 하는 행사가 그리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차라리 이 식물의 좋은 쓰임새를 널리 알리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가시가 억세어지기 전의 어린 싹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열매와 전초는 고혈압, 아토피성 피부염 등에 좋다고 한다.

이런 소문이 퍼져서 봄, 가을에 싹과 열매를 채취하기 시작하면,

한해살이풀인 이 식물의 과도한 번식은 주춤하지 않을까?  

 

이렇게 환삼덩굴은 사람에게도 꽤 쓸모가 있지만

동물들에게는 환상적인 ‘환상덩굴’이 아닌가싶다.

돼지나 토끼는 이 덩굴을 아주 잘 먹는다고 한다.

어떤 저명한 분은 수필을 통해 다람쥐와 새들이 그 열매를

즐겨 먹는 것을 보고 이 식물을 미워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썼다.

 

모든 생명체는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불멸의 존재가 되려는 속성도 있어서 번식하고 번성한다.

그들은 누구를 해코지하거나 사랑받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미워해도 사라지지 않고, 사랑해도 있어주지 않는다.

 


 

2013. 3. 26. 쓰고 2016. 12. 29.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