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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어른 없는 동네에 사는 애기자운



  애기자운

Gueldenstaedtia verna (Georgi) Boriss.

 

양지바른 풀밭에 자라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20cm.

잎은 깃꼴겹잎으로 9~17개의 작은잎으로 되며 긴 비단털이 있다.

3~5월 개화. 뿌리에서 올라온 꽃줄기 끝에 1~4개가 달린다.

대구, 경북의 특정 지역에만 자생한다.

 




 

 

대구의 동북쪽, 팔공산 자락의 끝에 삼국시대의 고분군이 있다.

200여기의 크고 작은 무덤은 5~6세기의 공동묘지로 알려져 있으며,

크기와 부장품들로 보아 지역 토착세력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왕릉 같은 무덤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것도 장관인데

이곳에서만 자라는 풀꽃인 애기자운이 있어서 더욱 볼만하다.


 

애기자운은 꽃이 자운영을 닮고 크기가 작다는 뜻의 이름으로,

보드라운 털이 많아서 보송보송한 애기의 솜털과 닮았다.

옛날에는 이 일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었으리라고 추측되지만

29정도의 고분군 바깥쪽은 도시화가 되어 풀밭이 사라졌고

사적지로 지정되어 녹지가 잘 보전된 이곳에서만 살고있다.

  

이 애기자운이 자라는 동네의 지명은 불로동(不老洞)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늙지 않고 장수한다는 불로로 들리지만

노인이나 어른이 없다는 의미의 불로(不老)라고 한다.

불로동의 역사는 후삼국의 각축이 한창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중현 님 사진)   

927년에 있었던 팔공산전투에서 왕건은 견훤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신숭겸이 왕의 옷을 입고 싸우다 죽는 혼란을 틈타 간신히 탈출했다.

도망 길에 어떤 마을에 이르니 노인과 부녀자들은 모두 숨어버렸는지

아이들만 보여서 그 때부터 노인이 없다는 뜻의 불로동이 되었다고 한다.

   

천여 년 전 왕건이 이곳을 지날 때에도 애기들만 있었다더니

지금도 옛 사람은 무덤 속에 숨고 애기자운들만 방실거리고 있다.

 

2016. 11. 25.